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이앤 크루거 3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4K)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년)을 만들면서 "독일인은 제2차 세계대전 영화를 죄책감을 갖고 보는데 익숙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족을 방망이로 개 패듯 때려잡고 머리가죽을 벗겨내며 이마에 칼로 하켄 크로이츠를 새기는 잔혹성도 독일인들이 익숙하게 볼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제2차 세계대전 영화 속 독일군은 잔혹한 폭력의 가해자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독일군들이 처참한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내용은 미군 특공대가 유럽에 침투해 히틀러 암살을 노리는 이야기. '바스터즈'라 불리는 미군 특공대는 '한 만큼 돌려준다'는 모토 아래 잔혹하게 독일군을 죽여 공포에 떨게 한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는 2시간 3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심판(블루레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전 세계가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로 들끓는 요즘 파티 아킨 감독의 '심판'(Aus dem Nichts, 2017년)이 유독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바람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쿠르드인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죽어간 누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실화에 근거한 이 작품은 독일의 네오 나치들이 저지른 인종 차별 범죄를 다루고 있다. 독일에 이민 가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쿠르드족 출신의 터키인 누리(너맨 아카)는 어느 날 가게 앞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아들과 함께 처참하게 죽는다. 이민자를 혐오하는 네오나치들의 소행이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독일 여성 카티아(다이앤 크루거)는 사고 전 목격한 기억을 더듬어 ..

카핑 베토벤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의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 2006년)은 버나드 로즈 감독의 '불멸의 연인'과 비슷하다. 베토벤의 죽음과 음악에 얽힌 수수께끼, 그리고 정체불명의 여인이 등장하고 이를 미스테리처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구성,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버나드 로즈 감독의 걸작 '불멸의 연인'이 한 수 위다. 우선 설득력과 재미에서 불멸의 연인이 카핑 베토벤을 압도한다. 카핑 베토벤은 악필로 유명한 베토벤의 악보를 받아적은 것으로 설정된 가공의 여인 안나 홀츠가 등장해 교향곡 9번 '합창'과 '대푸가' 작곡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안나 홀츠라는 존재부터 가공이다보니 전개되는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불멸의 연인'도 베토벤의 여인을 정확히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