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鐵道員: ぽっぽや, 1999년)은 눈발이 펄펄 날리는 풍경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속에 검은 제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플랫폼에서 오롯이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영상은 한 폭의 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영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영상이 전부인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나 서정적인 연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또한 영상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사다 지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아픔과 회한을 그리고 있다. 일본 단카이 세대는 1960년대 이념적 갈등의 시기인 전공투 시절을 거쳐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가족과 일터를 위해 개인을 버려야 했던 그들은 일과 직장, 가족이 전부였던 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