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대만 10

나의 청춘은 너의 것(블루레이)

중국의 퉁저우(周彤)와 여성 감독 다이멍잉(代梦颖)이 공동 감독한 '나의 청춘은 너의 것'(我的青春都是你, 2019년)은 대만의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잘 생긴 남학생이 마음씨 착한 여학생을 좋아하며 벌어지는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다뤘다. 모범생 팡위커(쑹웨이롱 宋威龙)는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같이 자란 린린(쑹윈화 宋芸樺)을 남몰래 좋아한다. 팡위커는 린린과 같은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미모의 다른 여대생들을 뒤로 한채 미인은 아니지만 활달하고 착한 린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동화 '개구리 왕자'를 연상케 한다. 공부만 하고 숙맥인 줄 알았던 모범생 팡위커가 알고 보니 누구나 첫눈에 반할 만큼 잘 생기고 매력적인 청년이었다는 설정이다. 그때부터 팡위커는 예쁜 여대생의 관심을 받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블루레이)

대만의 구파도(九把刀) 감독이 만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那些年, 我們一起追的女孩, 2011년)는 고교 시절 첫사랑에 대한 감독의 고백 같은 영화다. 실제로 구파도 감독은 고교 시절 좋아했던 소녀를 잊지 못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실제 좋아했던 소녀의 이름이 실명 그대로 영화 속 여주인공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는 2005년 고교 시절 사랑했던 연인의 결혼식에 다녀온 뒤 옛 기억을 더듬어 2006년 아픈 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펴냈다. 이후 영화 제작을 꾀했으나 마땅한 제작사와 감독을 찾지 못해 2010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연출뿐만 아니라 대본도 쓰고 제작까지 맡았다. 한 번도 영화를 만든 적이 없는 풋내기에게 어떤 제작사도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용감한 제작자와 감독이 사비를 ..

청설(블루레이)

대만의 여성 감독 청펀펀이 만든 '청설'(聽說, 2009)은 '듣고 말한다'는 뜻이다. 대화라는 제목을 굳이 저렇게 풀어서 강조한 것은 등장인물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배달을 하는 티엔커(펑위옌)는 우연히 수영장에 배달을 갔다가 한 여성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티엔커가 반한 양양(진의함)은 혼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애인 올림픽에 수영선수로 나가기 위해 훈련하는 언니 샤오펑(천옌시)을 뒷바라지한다. 그런데 양양은 보통 사람처럼 말하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샤오펑과 마찬가지로 손말, 즉 수화를 사용한다. 그때부터 티엔커와 양양은 수화로 사랑을 속삭인다. 수화에서 손으로 귀를 가리키면 듣는 것, 입을 가리키면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그들은 손으로 듣고..

음식남녀(블루레이)

음식은 누군가에게 기쁨일 수 있고 누군가에는 슬픔이나 잔인한 추억일 수 있다. 대만(Taiwan)의 이안(Ang Lee) 감독은 '음식남녀'(飮食男女, Eat Drink Man Woman, 1994년)에서 요리를 통해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인생을 그렸다. 호텔 주방장을 지내며 오래도록 요리를 한 주 선생(랑웅)은 매주 한 번씩 홀로 키운 세 딸들을 위해 성대한 저녁을 차린다. 그에게는 근사한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 나름 가족의 유대와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 자리가 즐겁지는 않다. 의례히 치르는 통과의례처럼 세 딸과 아버지는 저녁자리에 함께 앉지만 그다지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가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매주 한 번의 만찬을 고집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블루레이)

2.28 사건으로 기억되는 대만의 1947년은 암울했다.1947년 2월 28일에 발생한 이 사건은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소속 관료가 정부 독점 판매품인 담배를 타이베이시에서 몰래 팔던 대만섬 출신의 노파를 마구 때려죽이면서 벌어졌다. 당시 대만에서는 외성인이라고 부르던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장개석의 국민당 사람들과 내성인으로 통하던 대만 본토박이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장개석은 중국 본토에서 모택동이 이끌던 공산당에게 연일 패배해 쫓겨날 처지여서 피난처로 대만을 생각하고 국민당군을 보내 정지작업을 벌였다. 결국 1947년에 장개석의 국민당은 중국 본토를 잃고 대만으로 허겁지겁 피신했다.그러니 당연히 외성인과 내성인 사이에 갈등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갈등이 폭발한 것이 2.28 사건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