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도박 3

도신-정전자 (블루레이)

왕정 감독의 '도신'(賭博, God Of Gamblers, 1989년)은 원제보다 국내 개봉 제목인 '정전자'가 더 익숙하다.유명한 도박의 신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의 추억이 가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극장에서도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 동네마다 몇 개씩 있었던 속칭 비디오 가게, 즉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서 최고 인기였다.비슷한 시기에 '지존무상'이 개봉했는데 지존무상이 '영웅본색'처럼 비장미를 강조한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홍콩 누아르 분위기를 싹 빼고 유머 코드로 승부를 걸었다. 내용은 당대 최고의 도박의 신이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10세 지능을 가진 아이로 퇴행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머리를 부딪쳤다고 갑자기 도박의 천재에서 열 살..

지존무상 (블루레이)

1980년대 말 큰 인기를 끈 홍콩 누아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웅본색' '첩혈쌍웅'류의 액션물, 또 하나는 '지존무상' '정전자'로 대표되는 도박물이다. 물론 도박물 또한 총싸움과 주먹다짐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도박이 메인 스토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 남자들 간의 의리, 사랑과 우정을 위한 처절한 복수 등은 액션물과 도박물을 가리지 않고 기본으로 가져가는 홍콩 누아르의 공통점이다. 홍콩 누아르 중 도박물의 효시가 된 작품이 바로 1989년 국내 개봉한 왕정, 향화승 감독의 '지존무상'(至尊無上)이다.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두 명의 도박사가 일본 갱단과 일생일대의 도박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도박을 이용한 반전 스토리와 유덕화의 매력이다. 다른 도박류와 달리..

신시내티 키드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