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돔놀 글리슨 3

엑스 마키나(4K)

알렉스 갈랜드(Alex Garland) 감독의 '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4년)를 보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영화 속에서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 블루북이 등장한다. 블루북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는 검색을 통해 세상의 모든 정보, 심지어 개인들의 취향까지 수집한다. 그렇게 모은 정보로 이들이 개발하는 것은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AI)이다. 이를 투영한 AI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 Alicia Vikander)는 외모까지 매력적인 여성을 닮았다. 이쯤 되면 구글의 자회사 중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떠오른다. 알파고는 인터넷으로 확보한 수많은 기보를 학습해 이세돌, 커제 등 쟁쟁한 프로 바둑기사들을 꺾었다. 바둑은 체스와 달리 수가 훨씬 많아 기계가 쉽게..

프랭크(블루레이)

레니 에이브러햄슨(Lenny Abrahamson) 감독이 만든 '프랭크'(Frank, 2014년)는 소론프르프브스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슬픈 코미디다. 웃긴 장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밴드의 중심인물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sbender)는 독특하다.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아주 커다란 탈을 쓰고 노래한다. 마치 복면가왕처럼 얼굴을 가려야만 자신 있게 행동하고 제대로 능력을 보여준다. 무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탈을 쓰고 산다. 음식은 빨아먹을 수 있는 유동식 위주로 먹고, 잘 때도 커다란 탈을 쓰고 잠든다. 프랭크에게 탈은 곧 얼굴이다. 이 밴드에 어느 날 키보드를 연주하는 존(돔놀 글리슨 Dom..

어바웃 타임 (블루레이)

일본의 문학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창조란 예술가의 사상과 표현이 일치하는 것, 즉 사상과 표현의 동시성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는 "생각과 글을 쓰는 일 사이에 구별이 없다. 서툴게 쓰는 것은 서툴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런 점에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작품을 보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 지, 그리고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 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공언한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년)은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찌보면 사랑에 대한 판타지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과거 어느 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한된 시간 여행 능력을 가진 청년이 사랑을 위하여 겪는 이야기들을 동화처럼 엮은 작품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