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리타 3

아메리칸 뷰티(블루레이)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 1999년)는 미국판 '바람난 가족' 같은 영화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 각종 골칫거리를 안고 있는 어느 가족을 통해 미국 중산층의 도덕적 붕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직장에서 곧 잘릴 위기에 놓인 레스터(케빈 스페이스 Kevin Spacey)는 집에서도 아내 캐롤린과 딸 제인(도라 버치 Thora Birch)에게 무시당한다. 심지어 딸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랄 정도로 싫어한다. 일터나 가정 모두에서 설 자리를 잃은 가장은 우연히 보게 된 딸의 친구 안젤라(미나 수바리 Mena Suvari)와 연인이 되는 발칙한 상상으로 위안을 얻는다. 안젤라에게 잘 보이려고 운동을 하던 그는 고교를 다니는 이웃집 모범생(웨스..

로리타 (스탠리 큐브릭 감독판)

1980년대 모음사에서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를 처음 읽었을 때, 시적인 떨림을 주던 그 첫 문장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등장인물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가장 관능적으로 소개한 문구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소화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중년의 사내가 12세 소녀에게 홀딱 빠져 미국을 떠돌며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내용. 워낙 센세이셔널한 내용 때문에 훗날 어린 소녀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가리켜 '로리타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낳았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로리타'(Lolita, 19..

로리타(애드리안 라인판)

고교시절 모음사에서 나온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소설 '로리타'를 읽은 것은 우연이었다. 당시 모음사에서 나온 프레드릭 포사이드 소설에 빠져있을 때여서 시리즈를 몽땅 구입했더니 같은 출판사에서 '로리타'를 사은품으로 보내줬다. 그때는 나보코프와 로리타 콤플렉스도 모르던 시절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하지만 두툼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무 지루해 괜히 읽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나보코프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세밀한 상황 묘사를 따라갈 만큼 이해의 폭이 깊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소설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플래시 댄스' '나인 하프 위크'로 유명한 애드리안 라인(Adrian Lyne) 감독이 1997년 만든 '로리타'(Lolita)는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