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자먼드 파이크 5

몬태나 (블루레이)

미국 역사에서 인디언 문제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통해 인디언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원주민인 그들의 땅을 빼앗고 사회 소수집단으로 소외시켜버린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영화들이 인디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원죄 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스콧 쿠퍼 감독의 서부극 '몬태나'(Hostiles, 2017년)도 그런 영화다. 서부극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것이 호전적인 인디언들의 백인 습격이다. 이 영화도 처음은 그렇게 시작한다. 잔혹한 한 무리의 인디언 일단이 백인들의 말을 노리고 무참한 학살을 벌인다. 이 와중에 홀로 살아남은 한 여인이 마침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인디언 추장을 호송하는 기병대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젖먹이 아기까..

잭 리처 (4K 블루레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잭 리처'(Jack Reacher, 2012년)는 두 달 전 유럽 출장 길에 비행기에서 보고 반한 작품이다. 원작은 소설가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인 '잭 리처'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인 '원 샷'. 그가 창조한 캐릭터인 잭 리처는 군 수사관 출신으로 미 전역을 떠돌며 의문의 사건을 해결한다. 잭 리처는 아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더쉴 해미트의 샘 스페이드를 섞어 놓은 듯한 인물이다. 사건 현장에 가서 찬찬히 훑어보며 사건의 얼개를 추리하고, 직접 총을 들고 뛰어들어 악당들을 단죄하기도 한다. 그만큼 추리소설과 액션 스릴러의 묘미가 결합된 인물. 제작진이 여러 편의 시리즈 가운데 '원 샷'을 영화로 만든 이유도 바로 추리물과 액션물이 결합된 잭 리처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 있..

나를 찾아줘 (블루레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년)는 사라진 아내의 실종을 다룬 미스터리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한 여인의 욕망과 결혼생활의 갈등을 다룬 심리극이다. 내용은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아내를 찾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 실종이 아니라 살인사건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속속 발견된다. 발견된 정황들은 모두 남편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때부터 남편과 아내의 실종에 관련된 미스터리들은 졸지에 살인극으로 치닫는다. 과연 아내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남편이 정말 아내를 죽였는지 풀어가는 과정은 한편의 스릴러이면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남녀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정치(精緻)한 드라마 연출이다. 이야기의 기본 ..

타이탄의 분노 (블루레이)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타이탄의 분노'(Wrath of The Titans, 2012년)는 영화로서는 실망스럽지만 블루레이 타이틀로서는 볼 만 하다. 반신반인 영웅 페르세우스가 온갖 괴물과 벌이는 사투가 귀청을 찢을 듯한 요란한 음향과 함께 펼쳐지기 때문. 한마디로 볼거리와 화려한 서라운드 음향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전편에 이어 페르세우스가 지옥으로 무대를 옮겨 위기에 처한 제우스 신을 도와 거인족의 크로노스를 무찌르는 내용. 외눈박이 괴물 사이클롭스, 머리가 둘 달린 키메라, 몸뚱이가 둘인 지옥의 마카이 등 희한한 괴물부터 불덩어리 자체인 크로노스까지 기기묘묘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화면을 수놓는다. 여기에 미로처럼 얽혀서 벽들이 사방으로 움직이는 지옥의 감방 타르타로스까지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

007 어나더데이

007 시리즈 제작 4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20번째 작품 '어나더데이'(Dia Another Day, 2002년)는 화려한 특수효과로 승부를 건 영화다. 그만큼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는 많다. 그러나 리 타마호리(Lee Tamahori)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북한군을 적으로 삼은 배경 때문에 여러 가지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일단 작품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고증이 엉망이다. 북한군이 희한한 명찰과 복장을 하고 나오고, 장승에 '늙은 사람', 지뢰 지역 표시판에 '지뢰 출몰'로 표시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묘사했다. 007은 여전히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이 연기했으며 주제가를 마돈나(Madonna)가 불렀다. 마돈나는 펜싱 연습 장면에 카메오 출연한다. 007 시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