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루니 마라 2

캐롤(블루레이)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등 여러 스릴러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여성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는 1950년대 뉴욕의 백화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손님으로 들린 우아한 부인에게 매혹돼 뉴저지 집까지 몰래 따라가 부인을 엿보았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여성들의 동성애를 다룬 소설 '소금의 값'을 써서 클레어 모건이라는 가명으로 출간했다. 굳이 가명으로 낸 이유는 1950년대 미국에서 동성애가 정신병이자 범죄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뒤 하이스미스는 제목을 '캐롤'로 고치고 본명으로 다시 출간했다. 그렇다고 하이스미스의 사연을 마냥 안타깝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팬 (블루레이)

피터팬은 소설, 영화, 연극 등으로 여러 번 제작됐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1953년에 선보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초록색 옷을 입은 경쾌한 소년 피터팬이 하늘을 날며 갈고리 손을 지닌 해적과 대결하는 내용이다. 워낙 이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다보니 이후 나온 작품들은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후크'에서 로빈 윌리엄스를 주연으로 써서 아예 피터팬을 40대 아저씨로 만들어 버렸다. 웃자라다 못해 폭삭 늙은 피터팬은 그만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본 피터와 다르긴 했지만 이질적인 이미지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조 라이트 감독도 '팬'(Pan, 2015년)에서 다른 방법을 썼다. 워킹타이틀에서 '어톤먼트' '오만과 편견' 등 진중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