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르네 클레망 4

리플리 (블루레이)

이미 한 번 제작된 영화를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는 두 배로 부담스럽다. 기존 작품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 특히 그 작품이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년)는 이 같은 부담을 뚫고 성공을 이룬 금자탑 같은 영화다. 밍겔라 감독은 작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http://wolfpack.tistory.com/entry/태양은-가득히-블루레이)를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영상,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새로 구성했고, 그 결과가 아주 훌륭하다. 알랑 들롱..

태양은 가득히 (블루레이)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년)는 음악으로 먼저 알았다. 애조띤 트럼펫 선율이 인상적인 니노 로타의 주제곡은 1970, 80년대 FM 라디오의 영화음악 시간에 곧잘 흘러 나왔다. 당시 '영화음악 모음집'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열심히 들었는데, 나중에 TV명화극장 시간에 이 작품을 보고 오래도록 가슴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영화 음악과 잘 어울리는 우수에 찬 알랑 들롱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고, 좋아했던 샹송 가수인 마리 라포레(http://wolfpack.tistory.com/entry/애절한-샹송-2곡-마리-라포레-Vivre-a-Deux-샤를르-아즈나부르-Isabelle)의 한창 때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영화는 탐욕과 도전에 대한 ..

금지된 장난

학창 시절 기타를 배우면 가장 먼저 도전해 보는 곡이 바로 '로망스'였다. 정작 영화는 보지 못하고 음악만 듣고 줄을 튕겼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르네 클레망 감독의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 1952년)은 음악이 먼저 알려진 영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피난을 가던 소녀가 공습으로 부모를 잃고 어느 농촌 마을에 흘러 들어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고아가 된 소녀는 죽은 강아지를 위해 무덤을 만들면서 농가 소년과 함께 죽은 것들을 기리는 무덤을 만드는 놀이를 한다. 그들은 무덤에 세울 십자가를 여기저기 훔치면서 둘 만의 장난이 마을의 사건으로 확대된다. 르네 클레망 감독은 아이들의 눈을 통해 전쟁의 비정함을 담았다. 인형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놀아야 할 철부..

빗속의 방문객

어느 비오는 날, 낯선 이방인이 프랑스 마을에 나타난다. 여인은 몰랐지만 이방인은 강간 전과가 있는 흉악한 탈주범이었다. 이방인은 여인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강간을 하다가 여인의 총에 살해당한다. 남편이 알게 될까봐 두려웠던 여인은 시체를 바다에 던져 버린다. 며칠 뒤 그 마을에 또다른 낯선 사내가 나타난다. 거액을 훔쳐 달아난 강간범을 뒤쫓던 미군 수사관이다. 사내는 여인이 강간범을 죽였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사내는 강간범이 갖고 있던 돈의 행방 때문에 여인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그 과정에서 사내는 외간 남자와 바람을 핀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가 떠나버린 여인의 과거를 알게 된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여인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면 남편이 떠날까봐 두려워 한다. 그래서 사내는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