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마리옹 꼬띠아르 6

얼라이드 (4K 블루레이)

스파이들끼리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007 시리즈에서 흔히 일어난다. 특히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영국과 구 소련의 스파이가 손을 맞잡고 악당을 해치우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진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얼라이드'(Allied, 2016년)도 사랑에 빠진 첩보원들 이야기다. 배경은 제 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대. 적진에 침투한 영국 특수부대원(브래드 피트)과 이를 돕기 위해 암약하는 레지스탕스 여성대원(마리옹 꼬띠아르)이 비밀 공작을 벌이던 중 사랑을 하게 된다. 무사히 작전을 마친 이들은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 결국 부부가 된다. 그런데 정작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아내의 정체를 놓고 영국 정보부와 남편은 피말리는 싸움을 하게 된다. 저메키스 감독은 이 과정을 군더더기없는 편집과 긴박..

다크나이트 라이즈(4K 블루레이)

'다크나이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의 배트맨은 유독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해 '다크나이트'를 거쳐 3부작의 마지막인 이번 작품까지 달려 오면서 배트맨은 피로가 쌓이고 몸도 다쳤다. 그런데도 제대로 듣지 않는 관절을 동여매고 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 이유를 배트맨이 폭력과 슈트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 얘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3부작을 만들면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중독돼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추구하는 영상과 악은 악대로, 정의는 정의대로 정당성을 주장하며 길게 늘어놓는 사설이 여전..

맥베스 (블루레이)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맥베스'(Macbeth, 2015년)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를 훌륭하게 영상화한 작품이다. 내용은 일부 다른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원전을 충실하게 따랐다. 스코틀랜드의 장군인 맥베스는 왕을 대신해 반란 진압 후 귀환하던 중 마녀들로부터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이에 마음이 움직인 맥베스는 왕을 죽이고 왕자를 내쫓은 뒤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때부터 정체모를 불안에 휩싸인 맥베스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폭정을 일삼는다. 결국 내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맥베스는 달아났던 왕자가 몰고 온 군대에게 패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을 토대로 가상의 이야기를 가미한 맥베스는 워낙 극적인 내용이어서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됐다. 오손 웰즈는 19..

어쌔신 크리드(블루레이)

콘솔 게임 애호가들에게 '어쌔신 크리드'는 빼놓을 수 없는 불세출의 명작이다. UB소프트가 2007년에 만든 이 게임은 이용자가 게임 속 암살자가 돼서 적을 소리 없이 해치우는 잠입 액션물이다. 잠입 액션물은 전설이 된 '메탈 기어 솔리드'부터 '스프린트 셀' '히트맨' 등 다양한 게임이 있지만 '어쌔신 크리드'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성공 비결은 '다빈치 코드'처럼 실제 역사에 신비한 픽션을 섞어 꽤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에 기원을 두고 '선악과'라는 신비한 힘을 지닌 고대 유물의 수수께끼를 좇는 내용이다. 이 과정이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적당한 액션이 가미돼 이용자의 흥미를 돋운다. 특히 주인공 암살자가 구사하는 암살..

나인 (블루레이)

6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로 주목을 받은 롭 마샬 감독이 두 번째 들고 나온 뮤지컬 영화가 '나인'(Nine, 2009년)이다. 이 영화 역시 '시카고'처럼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겼는데 좀 독특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을 원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 영화를 뮤지컬로 바꾼 것을 다시 영화로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의 9번째 작품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창작의 고통을 겪었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펠리니 감독의 원작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9번째 영화를 만들게 된 이탈리아 영화감독 귀도는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고통을 겪는 가운데 그동안 숱한 염문을 뿌린 여성들과 관계도 뒤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