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문정희 3

숨바꼭질

허정 감독의 영화 '숨바꼭질'은 어떠한 단서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보는 게 좋다. 작은 힌트나 이야기 조차도 이 영화에서는 커다란 공명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픽션이다. SBS의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영된 '도둑 암호의 미스터리'편에서 감독이 힌트를 얻어 남의 집에 몰래 숨어사는 사람이라는 기발한 내용의 시나리오를 썼다. 물론 이 같은 소재가 영화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김기덕 감독의 '빈 집'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주인의 등 뒤에서 밥까지 먹는 대담한 행동을 한다. 그만큼 소재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구성해 끝까지 보게 만든다. 영화는 스릴러의 공포물의 형식을 적당히..

영화 2013.09.08

여우계단 - 여고괴담 3

2003년 7월, 윤재연 감독의 '여우계단: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2003년) 언론시사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원래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리즈의 1편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 지, 너무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이유는 기시감이었다. 일본 공포물 '링'의 사다코를 연상케 하는 귀신이 창틀을 넘어오고, 가부키 배우처럼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한 귀신들이 출몰하는 장면은 '주온'을 닮았다. DVD 타이틀의 윤 감독 음성해설을 들어오니 여고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익숙한 장면으로 귀신을 떠올릴 것이란 생각에 그 장면을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작 관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3번째 시리즈인 이 작품은 예고가 무대다. 발레를 하는 여고생들 사이에..

연가시

이 영화를 보고나면 강원도 계곡에 놀러가기가 찜찜할 것 같다. 하필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이 강원도 계곡의 물놀이에서 시작되기 때문. 박정우 감독의 '연가시'(2012년)는 공포영화가 아닌 재난영화다. 곤충의 몸 속에 사는 기생충이 사람의 몸에 파고 들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 존재하는 기생충인 연가시를 다룬 점이 돋보였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 사는 기생충으로, 신경조절 물질을 분비해 곤충이 물 속으로 뛰어들에 자살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징그러운 촌충처럼 묘사됐는데, 실제로 2미터까지 자란 연가시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재난영화의 흥행요소를 고루 갖췄다. 제작진 또한 재난영화의 흥행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며 안전하게 영화를 이끈다. 위기에 처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영화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