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바르셀로나 10

인비저블 게스트: 블루레이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인비저블 게스트'(Contratiempo, 2016년)는 한 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다. 백만장자인 아드리안(마리오 카사스)은 정부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가 살인범으로 몰린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근 호텔방이어서 누가 나가거나 들어가기 힘든 상황. 그 안에서 체포된 아드리안은 살인범의 누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아드리안은 재판에서 져본 적이 없는 유능한 변호사 버지니아에게 도움을 구한다. 버지니아는 필요하다면 증거 조작을 해서라도 아드리안을 구하겠다며 그에게 진실을 들려달라고 요구한다. 이때부터 아드리안은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건의 진행 과정이 영락없는 밀실 추리소설이다.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은 드러나지 않은 추악한 진실을 캐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 남녀의 ..

향수 (블루레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독특한 줄거리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향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 주인공이 지상 최고의 향을 만들기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은 충격적이면서도 신비롭다. 톰 티크베어 감독의 동명 영화(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년)는 이를 충실하게 영상으로 재현했다. 영화 제작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제작자 번드 아이킨거는 1985년 작품이 출간되자마자 영화화를 위해 쥐스킨트를 찾아가 판권 계약을 시도했으나, 도통 영화화에 관심이 없던 쥐스킨트의 거절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다른 제작자를 통해 여러 번 영화 제의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쥐스킨트는 번번히 거절했다. 그러기를 15년, 아이킨거의 집요한 설득 끝에 쥐스킨트는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블루레이)

이제 조금 있으면 IT 기자들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몰려간다. 매년 2월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관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바르셀로나가 신기했으나 일 때문에 몇 차례 다녀오면서 예전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우디 앨런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Vicky Cristina Barcelona, 2008년)에서 눈에 익은 바르셀로나 풍경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이 영화는 황당한 상황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우디 앨런의 독특한 작품이다. 즉, 슬랩스틱이나 말장난이 아닌 상황 자체를 어이없게 만들어 실소를 자아내는 식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판타지 같은 분위기로 유머러스한 상상력을 자극했다면,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동물의 왕국 같은 분위기로 말..

신밧드의 7번째 모험 (블루레이)

'스타워즈'의 릭 베이커, '에일리언'의 스탠 윈스턴 등 오늘날 널리 알려진 특수 효과 담당자들이 귀감으로 꼽는 인물이 있다. 바로 레이 해리하우젠이다. 1950~60년대 특수영화의 한 획을 그은 레이 해리하우젠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만든 모형을 이용해 장기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당시로선 놀랄만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어려서 그의 작품을 보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네이선 주런 감독의 '신밧드의 7번째 모험'(The 7th Voyage Of Sinbad, 1958년)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획기적 특수 효과 솜씨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매틱스 기술이 워낙 발달한 요즘 눈높이로 보면 아이들 장난 같고 어설퍼 보이지만, 이 작품이 ..

페피타 : 이노우에, 가우디를 만나다 (DVD)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여러 번 가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 그의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나 다름없다. 선과 면으로 곧게 뻗은 기존 건축물만 보다가 가우디의 건물을 처음 접하면 충격적이다. 나무 줄기처럼 기괴하게 뒤틀린 장식과 울퉁불퉁한 건물 외관, 그리고 사선으로 기운 기둥까지 일반적인 건축물의 상식을 모조리 파괴한다. 어린 시절부터 류머티즘을 앓아서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한 가우디는 조용히 한 곳에 앉아서 식물과 동물 등 자연을 관찰했다. 그렇게 자연에서 배운 식물의 원리와 구조가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 들었다. 학산문화사에서 내놓은 '페피타 : 이노우..

201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