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버나드 허먼 7

현기증(4K 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Vertigo, 1958년)은 개봉 당시 관객이나 평단의 반응이 시큰둥했다.유령 이야기를 들이대면서 너무 미적지근한 스토리로 흘렀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복잡다단한 심리적 갈등을 다룬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걸작으로 재조명됐다.내용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형사를 그만둔 주인공(제임스 스튜어트)이 유령에게 홀린 것으로 의심되는 친구의 부인(킴 노박)을 미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고소공포증은 단순 증세를 떠나 이야기 전개상 아주 중요한 소재이다.형사가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은 사건을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이자 사건 전개의 발단이 된다. 원작은 피에르 부알로와 토마스 나르스작이 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라는 소설이다.히치콕 감독은 원작의 줄..

새(4K 블루레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존재에 이만큼 강한 공포감을 불어넣은 영화도 드물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새'(The Birds, 1963년)는 어느날 느닷없이 인간을 공격하는 새떼를 다룬 이야기다. 다프네 드 모리에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원작처럼 왜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지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저 새들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맹목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고 온 도시를 뒤덮는다. 새떼가 사람을 습격해 눈을 파먹고, 나무 문을 뚫는 장면은 공포 그 자체다. 이를 위해 히치콕 감독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공포를 시각화했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히치콕은 순전히 아날로그 기술로 공포를 창조했다. 소듐조명을 이용한 매트프린팅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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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똑같은 영화를 두 번 만든 적이 있다. 그 작품이 바로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년)이다. 1934년 영국에서 흑백영화로 처음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다. 원래 히치콕은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것을 싫어해 다시 만들 생각이 없었으나 파라마운트와 1편의 영화를 더 제작해야 하는 계약이 남아 있어서 고심 끝에 이 작품을 컬러로 다시 만들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동일하지만 캐릭터가 약간 바뀌었고 여기 맞춰 내용도 소폭 달라졌다. 이야기는 우연히 모로코로 휴가를 떠난 의사 부부가 뜻하지 않은 국제암살단의 음모에 휘말리는 내용. 30년대 영화에서 강렬했던 악당은 약간 움츠러들었고, 바람기 많은 주인공의 아내는 얌전하면서도 강인한 여..

신밧드의 7번째 모험 (블루레이)

'스타워즈'의 릭 베이커, '에일리언'의 스탠 윈스턴 등 오늘날 널리 알려진 특수 효과 담당자들이 귀감으로 꼽는 인물이 있다. 바로 레이 해리하우젠이다. 1950~60년대 특수영화의 한 획을 그은 레이 해리하우젠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만든 모형을 이용해 장기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당시로선 놀랄만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어려서 그의 작품을 보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네이선 주런 감독의 '신밧드의 7번째 모험'(The 7th Voyage Of Sinbad, 1958년)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획기적 특수 효과 솜씨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매틱스 기술이 워낙 발달한 요즘 눈높이로 보면 아이들 장난 같고 어설퍼 보이지만, 이 작품이 ..

찢겨진 커튼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 화이트 디지팩에 포함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찢겨진 커튼'(Torn Curtain, 1966년)은 '찢어진 커튼'이 맞다. 우리 말에 없는, 영어의 수동태식 번역으로 잘못 붙인 제목이다. 잘못 번역한 제목 만큼이나 이 작품은 히치콕에게 재앙이었다. 히치콕은 '마니'(http://wolfpack.tistory.com/entry/마니)의 실패 이후 제작사인 유니버셜스튜디오의 주장에 따라 쟁쟁한 스타시스템을 도입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마니'보다 더 처참한 실패였다. 내용은 미국의 유명 과학자가 망명을 가장해 동독에 숨어 들어 핵무기 방어시스템 기술을 훔치는 내용으로, 일종의 이중 스파이를 다룬 스파이 스릴러였다. 여기에는 공산주의를 싫어한 히치콕의 시각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