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귀주 이야기'(秋菊打官司, The Story Of Qiu Ju, 1992년)는 '국두' '홍등' '붉은 수수밭' 등 그의 전작들과 결이 다른 작품이다. 중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진지하고 무거웠던 그의 전작들과 달리 페이소스가 짙게 깔린 블랙코미디 풍이다. 천위안빈의 중편 소설 '만가소송'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씁쓸하고 안타까워 마냥 웃고 있을 수만도 없게 만든다. 내용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고 지내는 중국 시골에서 촌장과 아낙(공리)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콴시와 미엔쯔 아낙의 남편이 촌장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고환을 걷어차이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남편은 크게 다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