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베를린 13

스파이 브릿지(블루레이)

때로는 인류가 한 사람에게 커다란 빚을 질 때가 있다. 일촉즉발 전쟁 위기의 상황에 막전막후에서 기민하게 활약한 사람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건지는 순간이 역사에 여러 번 등장한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제작하고 연출한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2015년)도 그런 사람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62년 사상 최초로 일어난 냉전 시대의 미국과 구 소련의 스파이 교환을 다룬 실화다. 그 중심에 제임스 도너번(톰 행크스 Tom Hanks)이라는 변호사가 있다.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나온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훗날 CIA의 모태가 된 미 전략 정보국(OSS)에서 일한다. 이때의 인연으로 그는 전쟁이 끝난 뒤 독일 뉘른베르..

거미줄에 걸린 소녀(4K 블루레이)

페더 알바레스 감독의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The Girl in the Spider’s Web, 2018년)는 스웨덴의 유명한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 가운데 네 번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래 이 시리즈는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작가가 2005년에 첫 권을 내며 총 10부작으로 기획했다. 1977년부터 20년간 스웨덴 통신사 ITT에서 기자 생활을 한 라르손은 주로 극우, 나치즘 등 보수반동 관련 고발 기사들을 집중 취재했다. 그 바람에 반대 진영으로부터 숱한 살해 위협을 받았고 애인마저 위험에 빠트릴 수 없어 32년간 연인 겸 동료였던 에바 가브리엘손과 끝내 결혼하지 못했다. 라르손은 시리즈 중 세 번째 책까지 출간하고 2004년 11월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워낙 인기를 끌자..

인터내셔널 (블루레이)

톰 티크베어 감독의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2009년)은 잘 만든 스릴러다.이 작품은 테러리스트나 반정부단체 등에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거나 돈세탁, 불법 자금을 대출해 주고 돈을 버는 다국적 은행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은행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놀랍게도 실화다.실제 내용을 약간씩 바꾸고 액션을 가미했지만 기본 소재는 1991년 발생한 국제신용상업은행(BCCI)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파키스탄의 금융가 아베디가 세운 BCCI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금융거래를 했다.이들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 외에 독재자들에게 자금 세탁을 해주거나 반정부단체, 테러리스트들의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고 돈을 벌었다. 북한이 시리아에 판매한 스커드 미사일,..

아토믹 블론드(4K 블루레이)

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스파이의 천국이었다. 이념과 이권에 따라 갈린 전 세계 스파이들이 베를린에서 암약하며 철의 장막 뒤에 얽힌 비밀을 캐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암약한 동서 진영의 스파이, 그중에서 영국 MI6에서 활약한 스파이에 초점을 맞췄다. MI6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매력 만점의 멋쟁이 신사인 007 제임스 본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생긴 근육질의 마초 스파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간첩이다. 그렇지만 성을 무기로 내세운 하늘하늘한 여성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전사다. 여주인공 로레인을 맡은 인물은 샤를리즈 테론..

베를린 (블루레이)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2년)은 새삼 분단국가라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이념 때문에 갈린 남과 북의 정보요원들이 한반도도 아닌 머나먼 이국땅인 독일 베를린에서 맞부딪치며 목숨을 걸고 싸우는 얘기다. 그런데 왜 하필 베를린을 택했을까. 베를린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백림 사건이라는 역사점 오점을 안고 있는 장소다. 동백림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7년 중앙정보부가 독일에서 유학중인 학자나 예술인들이 동베를린(동백림)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 간첩 교육을 받은 뒤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잡아들인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베를린까지 가서 작곡가 윤이상 등을 강제로 잡아다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해 몇 명에게 사형까지 선고하며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