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벤 애플렉 10

아마겟돈 (블루레이)

세기말이라 그런지 90년대 후반에는 지구 종말을 다룬 재난 영화가 여러 편 등장했다. 그 중 하나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Armageddon, 1998년)이다.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은 하필 공교롭게 같은 해에 개봉한 '딥 임팩트'와 같았다. 하지만 해결 방식은 달랐다. 극우 마초 기질이 다분한 마이클 베이 답게 그는 무지막지한 핵탄두를 써서 소행성을 날려 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터프함으로 가득한 브루스 윌리스, 벤 애플렉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동원됐다.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설정 자체는 무리가 없다. 퉁구스카 고원에 떨어진 운석도 있었고 지구를 스쳐간 행성도 여럿 있었던 만큼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지만, 해결 방법은 현실감..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케빈 맥도날드 감독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 2009년)는 기자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다. '기자들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란 물음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2003년 영국 BBC TV에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만들어 방영한 6부작 미니시리즈가 원작이다. 내용은 정보 전쟁에 뛰어들어 정치가의 음모를 밝히는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다. 언론과 정치의 공생 속에 벌어지는 정계의 음모와 스캔들, 살인 등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미스테리물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기대만큼 이야기가 긴박하거나 흥미진진 하지 않다. 주인공은 기자라기 보다는 추리 소설 속 탐정에 가깝고, 실제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자까지 자문으로 기용해 묘사한 언론사 풍경 등은 현실과 동떨어져 거리감이 느껴진다. 결국 실제 같지 않..

진주만 (블루레이)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린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은 사실 실패한 작전이었다. 당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미 하와이의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항공모함들을 격멸하기 위해 이 작전을 기안했다. 거함 거포주의가 일본 해군을 지배하던 시절, 야마모토 제독은 항공 전력이 바다에서 승패를 가를 것을 예견하고 미 항공모함을 제 1의 목표로 삼았던 것. 하지만 미 해군의 운이 엄청 좋아서 진주만 기습 당시인 1941년 12월 8일 미 항공모함들은 모두 진주만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작전 종료 후 야마모토 제독은 미 항모가 건재한 것을 알고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어찌됐든 미국으로서는 전쟁에 참여할 명분을 준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었다. 언제나 '팍스 아메리카나' 선봉에 선..

할리우드랜드

1959년 할리우드의 한 배우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주인공은 TV시리즈 '슈퍼맨'의 주인공인 조지 리브스. 강철의 사나이로 통하던 그의 죽음은 결국 자살로 결론이 났지만, 지금까지 타살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앨런 콜터 감독의 '할리우드랜드'(Hollywoodland, 2006년)는 실화인 조지 리브스 사건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감독은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한 사립탐정 시모어의 눈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다. 영화는 자살과 타살의 가능성을 고루 보여주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이유는 죽음보다 무서운 스타의 허망한 인기를 조명하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거대 권력인 영화제작사가 도시를 주무르던 50년대, 제작사의 그늘에 가린 스타의 삶은 더 할 수 없이 비루하고 고독하다. 그 속에서 누리는 인..

스모킹 에이스

'스모킹 에이스'(Smoking Aces, 2007년)는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한 워킹타이틀의 액션물이다. 감독은 스릴러 '나크'를 만든 조 카나한. 내용은 조직에서 지나치게 커버린 사나이의 목에 현상금이 걸리면서 각기 다른 5개팀의 킬러들이 달라붙어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다. 5팀의 킬러들이 혼전을 벌이는 만큼 이야기도 복잡하고 전반부는 늘어지기까지 한다. 벤 애플랙, R&B가수 알리샤 키스, 앤디 가르시아, 레이 리오타 등 다양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지만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하지 못하기에 실속은 없다. 부자지간 얘기와 심장 이식수술을 끌어다 붙인 막판 반전도 생각보다 약하고 뜬금없다. 후반부 등장하는 호텔 총격전만 강도 높은 액션으로 눈길을 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