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봉준호 10

내가 만난 봉준호

개인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지 않으려 하는데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은 역사적인 일이기에 그 감격과 감동을 간직하고자 옛 기억을 더듬어 봤다.오래전 영화담당 기자 시절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래 봐야 워낙 오래전 일이고 그 뒤로 이어진 인연이 아니어서 딱히 봉 감독을 안다고 내세울 만한 일은 아니다.그래도 소중했던 기억이고 그 만남이 워낙 즐거웠으며 그때도 작은 감동을 받았었기에 보관하는 취재수첩 더미를 다시 뒤적여 봤다. 2003년, DVD 마니아 봉준호를 만나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0310210018607487) 2003년 10월 13일.신문사 근처 '한마당'이라는 카페에서 봉 감독과 인터뷰 약속을 했다. 당시 봉 감독은 '..

인터뷰 2020.02.12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블루레이)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년)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19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4세 때부터 순회 연극단의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그때 경험을 살려 루멧 감독은 컬럼비아대 졸업 후 본격적인 연극배우가 됐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1942년 육군에 입대해 인도와 버마 등 남방 전선에서 레이더 관리병으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친구인 배우 율 브린너의 도움으로 1950년 CBS TV에서 연출을 하게 됐다. 그때 만들었던 TV 드라마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1957년 영화로 만들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루멧 감독은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이후 ..

해무 (블루레이)

2001년 9월 25일, 전남 여수시 봉산동의 한 다방에서 제7태창호 선장 이 모씨가 중개인 여 모씨를 만났다. 여 모씨는 밀입국 브로커였다. 즉 중국에서 한국으로 몰래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밀항선을 연결해주고 돈을 받는 중개자였다. 여 씨는 이 선장에게 밀항자들을 실어오는 대가로 3,000만 원을 제안했다. 이 선장은 처음에 거절했으나 결국 여 씨의 제안을 수용했다. 선장은 선금으로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7명의 선원에게 100만원씩 나눠주고 29일 배를 띄웠다. ◇그 바다에서 무슨 일이... 제7태창호는 그때부터 10월 1일까지 5일간 갈치 등 생선 1,400상자를 잡으며 배를 기다렸다. 같은 기간 중국 저장성 닝보항에서 조선족 60여명을 태우고 접선 지점까지 향한 중국 측의 20톤급 중간 연락선이었..

설국열차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년) 블루레이가 최근에 국내 출시되자마자 화질 논란에 휩싸였다. DVD프라임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은 두 가지다. 검은 부분에서 기름때가 번지듯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번지는 현상(벤딩)과 파편처럼 깨지는 현상, 그리고 전체적으로 블랙의 밝기가 떠서 회색에 가깝게 보인다는 것. 급기야 전량 회수(리콜) 논란이 일고 일부 이용자가 봉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제작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봉 감독이 직접 나섰다. 불거진 화질 논란...제작사 측, '리콜은 없다'는 의견 그가 DVD프라임 게시판에 전달한 글을 보면 자신의 소장기기(삼성DLP 프로젝터 800B)에서는 문제 없었다는 것이고, 이용자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프랑스판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는 요지였..

플란다스의 개 (블루레이)

2003년 10월, 영화 '살인의 추억' 개봉 후 DVD 작업을 한창 할 때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했다. 지금은 사라진 DVD 잡지들에 한창 타이틀 리뷰를 쓰던 때여서 궁금한 게 많았던지라, 봉 감독에게 '살인의 추억' DVD 이야기를 주로 질문했다. 봉 감독이 워낙 얘기를 잘해서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대화를 나눈 뒤, 일어서기 전에 싸인을 부탁하며 '플란다스의 개'(2000년) DVD 타이틀을 내밀었다. 봉 감독이 자신의 첫 작품이라 애정이 많이 간다며 은근히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나온 블루레이 타이틀을 보니 그때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봉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본명이 매리 루이스 드라 라메인 영국의 동화작가 위다가 쓴 동화 '플란다스의 개'와 아무 상관이 없다. 동화를 토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