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부다페스트 6

글루미 선데이(블루레이)

헝가리의 피아니스트였던 세레시 레죄(Seress Rezső)는 평생을 불우하게 살았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평생을 부다페스트의 가난한 유대인 거주지역인 제7구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집안이 어려워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는 식당과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로 근근히 벌어 월세방에서 작곡을 했다. 아이도 없이 부인 헤르니와 함께 살았던 그는 여러 곡을 작곡했지만 유일하게 인기를 끈 곡이 1933년 발표한 연주곡 '세상의 끝'이라는 뜻의 '비게 아 빌라그나크'(Vége a világnak)다. 죽음을 부르는 곡의 전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멜로디가 인기를 끌자 1935년 헝가리 시인 야보르 라슬로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는 내용의 가사를 붙인 뒤 노래 제목을 '우울한 일요일'이라는 뜻의 '소모르 바사르나프'..

허큘리스(블루레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Heracles)는 영화를 비롯해 그림, 조각 등 숱한 예술작품의 소재가 됐다. 인간의 몸을 빌려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반인반신으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힘을 이용해 숱한 난관을 헤치며 용맹을 떨친 영웅이다. 핵심은 사람으로서 불가능한 신들의 힘을 가진 신화적 존재라는 것. 그렇다 보니 그의 영웅담 또한 허황된 것이어도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고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브렛 레트너(Brett Ratner) 감독은 스티브 무어의 그래픽 노블 '허큘리스: 트라키아 전쟁'을 토대로 만든 영화 '허큘리스'(Hercules, 2014년)에서 이를 비틀었다. 헤라클레스(드웨인 존슨 Dwayne Johnson)를 신화적 존재가 아닌 인간 전사들을 이끄는 용병 대장으로 묘사해 천..

스파이(블루레이)

스파이물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영화는 많았다. 마이크 마이어스가 007 시리즈를 작정하고 씹어댄 '오스틴 파워' 시리즈, '미스터 빈'이 스파이로 변신한 로완 앳킨슨의 '쟈니 잉글리쉬' 시리즈, 여기에 대놓고 코미디로 만든 '겟 스마트' 등 여러 편이 있다. 하지만 폴 페이그 감독의 '스파이'(Spy, 2015년)는 결을 달리한다. 웃음을 목적으로 한 작품이지만 '오스틴 파워'나 '쟈니 잉글리쉬'처럼 억지 설정으로 웃음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스파이물을 제대로 꼬집은 가치 전복을 통해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여주인공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미끈하게 잘 빠진 미모의 여성이나 근육질의 잘 생긴 남성이 아닌 평범한 아줌마처럼 보이는 수잔(멜리사 맥카시)이다. 임무 수행 중 비극적으..

아토믹 블론드(4K 블루레이)

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스파이의 천국이었다. 이념과 이권에 따라 갈린 전 세계 스파이들이 베를린에서 암약하며 철의 장막 뒤에 얽힌 비밀을 캐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암약한 동서 진영의 스파이, 그중에서 영국 MI6에서 활약한 스파이에 초점을 맞췄다. MI6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매력 만점의 멋쟁이 신사인 007 제임스 본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생긴 근육질의 마초 스파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간첩이다. 그렇지만 성을 무기로 내세운 하늘하늘한 여성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전사다. 여주인공 로레인을 맡은 인물은 샤를리즈 테론..

레드 스패로(블루레이)

여간첩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타 하리와 김수임이다.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간첩 노릇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마타 하리는 결국 프랑스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 남한에서 활동했던 김수임은 자생적 공산주의자에 가까운 간첩이다.연인이었던 공산주의자 이강국을 사랑한 그는 미 군정 관계자를 통해 정보를 빼돌렸다. 김수임 역시 1950년 4월에 체포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총살당했다.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춤솜씨(마타 하리) 또는 출중한 영어 실력(김수임) 등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었다.결국 두 사람의 공통점을 놓고 보면 여간첩은 곧 색(色)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인계라는 것이 과거의 술책일 뿐 현대에는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