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부산 9

내 깡패 같은 애인(블루레이)

1985년 '깜보'라는 영화에서 김혜수와 함께 출연한 박중훈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한참 흘렀다. 그동안 찍은 영화가 '영화판'과 '체포왕'까지 포함해서 40여 편이다. 그중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2010년)은 박중훈의 40번째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끌어 모은 듯한 연기를 보여 준다. 내용은 지방대를 나와 취직이 되지 않아 고생하는 세진(정유미)이 깡패 동철(박중훈)과 이웃이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박중훈은 이 작품에서 별 볼 일 없이 세월만 흘러간 삼류 건달을 맡았다. 박중훈이 연기한 동철은 잔뜩 허세를 부리지만 의외로 엉성한 구석이 많은 안쓰러운 캐릭터다. 술집에서 시비를 거는 합기도 사범들에게 두드려 맞고 교육방송..

사생결단(블루레이)

최호 감독의 '사생결단'(2006년)은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상들과 이들을 쫓는 경찰의 추격전을 실감 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내용은 마약판매상을 쫓는 형사(황정민)와 형사의 끄나풀이 된 마약판매조직의 중간 판매상(류승범)을 주축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 감독은 2년여에 걸쳐 실제 마약 세계를 취재해 시나리오를 썼다. 덕분에 그들만의 은어와 이동식 마약제조공장 등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꽤 실감 나게 마약판매조직의 실상을 그렸다. 무엇보다 마약판매상과 경찰이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과 막판 부두에서 벌이는 대결 등을 꽤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가 한몫했다. 생 양아치 그대로 변신한 류승범과 지독한 형사로 분한 황정민의 연기가 불꽃을 튀겼다.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아 척..

부산 기장의 아난티 힐튼

부산 해운대에서 택시를 타고 달맞이 고개를 넘어 달려가면 기장이 나온다. 그 안쪽에 아난티 힐튼 호텔이 있다. 호텔까지 가는 길은 롯데 땅이었다. 주변에 대규모 롯데쇼핑단지가 있고 2022년 3월 롯데월드 어드벤처도 개장했다. 이케아도 들어선 이 일대는 마치 미국 쇼핑단지 같다. 넓은 땅에 대규모 단지가 낮게 깔려 있어 영락없이 미국 아웃렛 단지를 연상케 한다. 부산 기장읍 기장해안로에 위치한 아난티 힐튼은 아난티 그룹이 힐튼과 손잡고 운영하는 호텔이다. 바로 바닷가에 붙어 있고 바닷가 전망이 예술이다. 부산 아난티 힐튼은 '아난티 코브'라고 불린다. 주차장에서 로비로 들어가는 곳이 마치 동굴처럼 둥글게 만든 복도를 지나기 때문이다. 객실은 2,3층에 일반 스탠더드, 4~8층에 프리미엄 룸이 있다. 방 ..

여행 2023.03.05

해운대 신라스테이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본 뒤 택시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송도로 내려갔다. 송도 해수욕장은 1913년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민국 최초로 문을 연 공설 해수욕장이다. 이곳에 1964년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1960, 70년대 송도가 신혼 여행지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몰려든 인파로 몸살을 앓던 송도는 각종 쓰레기와 오염수가 넘쳐나며 결국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 바람에 케이블카도 적자가 늘면서 1988년 운행이 중단됐고 급기야 2002년 철거됐다. 그러나 부산시가 송도해수욕장을 깨끗하게 재정비하면서 2017년 케이블카를 다시 설치해 운행했다.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km를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1인당 왕복 2만 ..

여행 2023.02.18

삶의 애환이 깃든 부산 감천문화마을

부산 관광의 명소로 떠오른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시작됐다. 1945년 30만 명이었던 부산 인구는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1951년 84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사람들은 살 곳을 찾아 산꼭대기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천마산 옥녀봉 아래 모여 산 것이 지금의 감천마을 효시가 됐다. 시초에는 피란민들과 태극도 신도 4,000여 명이 산비탈에 층층이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았다. 태극도는 대순진리회의 모태가 된 종교로 감천2동에 총본부가 있다. 동네 사람들은 예전처럼 태극도라고 부른다. 마을 이름 감천(甘川)은 물이 달고 좋다는 뜻. 얼핏 들으면 신선놀음 같지만 감천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미국 비벌리힐스나 트윈픽스처럼 전망 좋은 ..

여행 202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