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브라이언 드 팔머 5

칼리토(4K)

브라이언 드 팔머(Brian De Palma) 감독이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비정하다. 고생 끝에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한 번쯤 동정을 베풀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는다. 특히 그 방법이 잘못된 범죄자에게는 더 할 수 없이 냉정하다. 심지어 개과천선한 범죄자일지라도 용서가 없다. '칼리토'(Carlito's Way, 1993년)는 그런 영화다. 뒷골목 인생들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비정한 시각으로 바라본 드 팔머식 누아르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칼리토(알 파치노 Al Pacino)는 손을 씻고 새 삶을 살지만 친구인 변호사 데이브(숀 펜 Sean Penn)의 일에 얽혀 마피아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때부터 칼리토의 고단한 삶이 시작된다. 영화의 힘은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드..

스카페이스(4K 블루레이)

'세상은 나의 것이다.(The World is Yours)' 브라이언 드 팔머(Brian De Palma) 감독의 '스카페이스'(Scarface, 1983년)는 강렬한 문구 만큼이나 화끈한 영화다. 1932년 폴 무니를 유명하게 만든 흑백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쿠바 이민자 출신의 갱이 마약으로 떼돈을 벌었다가 허망하게 스러져가는 얘기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밑바닥 인생이 부의 정점까지 올랐다가 쓰러지는 과정을 냉정하게 묘사했다. 그 속에는 레이건 정권 시절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던 미국의 어두운 그늘도 녹아 있다. 개봉 당시 미국은 영화처럼 마약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겉으로는 흥청망청 번영을 누리는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내홍을 겪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미국은 1980년대 아메리..

미션 임파서블 (4K 블루레이)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1996년)은 원래 1960, 70년대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다.1978년 타계한 미국의 프로듀서 브루스 겔러가 1966년부터 1973년까지 CBS에서 방영된 이 시리즈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국내에서도 '제 5 전선'이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방영했다.TV 시리즈는 워낙 오래 전에 봐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을 흥분시키는 유명한 주제곡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랄로 쉬프린이 작곡한 메인 테마는 지금도 영화에서 계속 쓰이고 있다.1996년 영화용으로 다시 만든 이 작품이 개봉할 때만 해도 TV 시리즈의 긴박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의외로 훌륭했다.공포 스릴러에 강한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이 메가폰을 ..

캐리 2013 (블루레이)

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 할 때는 원작과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원작이 주는 맛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 리메이크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 킴벌리 피어스 감독의 '캐리 2013'(Carrie , 2013년)은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요소를 집어 넣었으나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지 못한, 리메이크의 새로움과 한계를 모두 지닌 작품이다. 피어스 감독은 원작과 다른 차별화를 두 가지 요소를 통해 꾀했다. 우선 시대적 배경이다. 1970년대를 바탕으로 한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과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훌륭한 오리지널 영화(http://wolfpack.tistory.com/entry/캐리-블루레이)와 달리 휴대폰과 인터넷이 필수품이 된 현대를 택했다. 그래서 청소년..

캐리 (블루레이)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공포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작품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의 작품들 중 '쇼생크탈출'이나 '스탠 바이 미' '미저리' 등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잔뜩 배어 있는 작품들은 예외다. 오히려 그런 작품들은 희생자 못지 않게 공포의 대상인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강하게 묻어 난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캐리'(Carrie, 1976년)도 마찬가지. 공포물이라기보다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물에 가까운 이 작품은 사람들로부터 공포의 대상이 된 주인공이 더 희생자처럼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한 연민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 초자연적 현상을 제외하면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꽤나 사실적이어서 설득력있게 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