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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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4K)

신나는 댄스 음악인 디스코는 사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장르다. 1970년대 베트남전이 끝난 뒤 미국의 젊은이들은 억눌렸던 욕망의 배출구를 섹스와 디스코에서 찾았다. 그만큼 1970년대 미국의 디스코는 흑인과 게이 등으로 대표되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다. 긴 나팔바지에 현란한 색깔의 의상을 뽐내며 심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주류 문화에서 보면 저질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의외로 많아 거대한 운동장에 모여 디스코 LP를 부수고 불을 태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현대판 분서갱유 같은 일이 일어난 셈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뚫고 태어난 영화가 바로 존 바담 감독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1977년)다. 실제로 워낙 반 디스코 정서가 사회에 팽배했던지라 제작진..

캐롤(블루레이)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등 여러 스릴러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여성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는 1950년대 뉴욕의 백화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손님으로 들린 우아한 부인에게 매혹돼 뉴저지 집까지 몰래 따라가 부인을 엿보았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여성들의 동성애를 다룬 소설 '소금의 값'을 써서 클레어 모건이라는 가명으로 출간했다. 굳이 가명으로 낸 이유는 1950년대 미국에서 동성애가 정신병이자 범죄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뒤 하이스미스는 제목을 '캐롤'로 고치고 본명으로 다시 출간했다. 그렇다고 하이스미스의 사연을 마냥 안타깝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블루레이)

흡혈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여류 소설가 앤 라이스는 이를 1976년 단편 소설로 썼다. '크라잉 게임'의 닐 조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 1994년)는 앤 라이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앤 라이스는 영화 작업에도 참여해 각본을 직접 썼다. 닐 조던(Neil Jordan)) 감독이 초점을 맞춘 것은 기존 공포물과 달리 흡혈귀의 번민과 고뇌다. 주인공 루이(브래드 피트 Brad Pitt)는 오래된 흡혈귀 레스타트(톰 크루즈 Tom Cruise)를 만나 흡혈귀가 됐지만 살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사람의 피를 빠는 것을 싫어한다. 결국 루이는 흡혈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끊..

사우스포(블루레이)

안톤 후쿠아(Antoine Fuqua) 감독의 '사우스포'(Southpaw, 2015년)는 챔피언에서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가 재기하는 권투선수 이야기다. 많은 권투 영화가 그렇듯 이 작품도 좌절의 순간을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설정이 '록키'와 비슷하다. 내용은 43승 무패의 전적을 갖고 있는 라이트 헤비급 권투선수 빌리(제이크 질렌할 Jake Gyllenhaal)가 잃었던 영광과 가족을 되찾기 위해 링에 서는 이야기다. 어느 날 도전자와 사소한 시비 끝에 가족을 잃는 비극을 겪은 빌리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급기야 딸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빌리는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동네 체육관장 틱을 찾아간다. 틱(포레스트 휘태커 Forest Whitaker)은 빌리를 기본부터 다시 가르치며 변칙적인..

메카닉 리크루트(블루레이)

데니스 간젤(Dennis Gansel) 감독의 '메카닉 리크루트'(Mechanic: Resurrection, 2016년)는 '메카닉'의 후속작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뛰어난 살인 청부업자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편과 전혀 이어지지 않는 독립된 작품이다. 그냥 전편의 유명세를 빌리기 위해 따온 제목이다. 내용은 은퇴한 킬러 비숍(제이슨 스타뎀 Jason Statham)이 애인 지나(제시카 알바 Jessica Alba)를 무기 밀거래상인 악당들에게 납치당한 뒤 3개의 암살 임무를 해치우라며 협박받는 이야기다. 비숍은 지나를 구하기 위해 악당의 경쟁상대인 다른 무기밀매상들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악당을 찾아가 애인도 구하는 이중의 임무를 벌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숍의 뛰어난 개인기에 의존해 이야기가 흘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