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지스 2

토요일 밤의 열기(4K)

신나는 댄스 음악인 디스코는 사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장르다. 1970년대 베트남전이 끝난 뒤 미국의 젊은이들은 억눌렸던 욕망의 배출구를 섹스와 디스코에서 찾았다. 그만큼 1970년대 미국의 디스코는 흑인과 게이 등으로 대표되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다. 긴 나팔바지에 현란한 색깔의 의상을 뽐내며 심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주류 문화에서 보면 저질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의외로 많아 거대한 운동장에 모여 디스코 LP를 부수고 불을 태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현대판 분서갱유 같은 일이 일어난 셈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뚫고 태어난 영화가 바로 존 바담 감독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1977년)다. 실제로 워낙 반 디스코 정서가 사회에 팽배했던지라 제작진..

작은 사랑의 멜로디

1960, 70년대 영화들은 국내 개봉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직역하거나 영어 제목을 우리 말로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예전에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내일을 향해 쏴라' '석양의 무법자' 등 분위기에 맞는 의역이 돋보였다. '작은 사랑의 멜로디'(Melody, 1971년)도 마찬가지다. 여주인공 이름을 딴 원제와 달리 국내 개봉 제목은 영화의 분위기가 함축적으로 잘 살아있다. 당시 대부분 27세의 젊은이들이 만든 이 영화는 흔히 영국판 '소나기'에 묘사된다. 열 살짜리 소년 소녀들이 사랑에 눈을 떠 결혼하는 내용 때문이다. 그러나 황순원의 소설과 달리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된다. 두 아이의 사랑은 풋풋하며 순수하고 그들이 벌이는 소동은 때론 사뭇 즐겁기까지 하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