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부극 31

백 투 더 퓨처3(4K 블루레이)

우리의 사극처럼 미국 할리우드는 서부극에 대한 로망이 있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도 마찬가지여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인 3편(Back To The Future Part III, 1990년)에서 서부극을 시도했다. 기계 고장으로 1885년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로 돌아간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여행을 떠난 마티(마이클 J 폭스)가 악당들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당연히 서부 시대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결투가 등장하고 여기에 뜻하지 않은 브라운 박사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곁들였다. 특히 막판 대결 장면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를 오마주 했다. 또 모뉴먼트 밸리를 배경으로 한 존 포드 감독 스타일의 장면도 등장한다. 여기에 전작들처..

셰인(블루레이)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영화 '셰인'(Shane, 1953년)을 흔히 서부극의 고전으로 꼽는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은 스파게티 웨스턴과 다른 미국 정통 서부극이 강조하는 개척정신과 카우보이들의 불굴의 투지, 정의 수호 같은 미국식 정의가 잘 포장돼 있다. 그런 류의 미국 정통 서부극 주인공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 헨리 폰다처럼 강인해 보이는 턱과 떡 벌어진 어깨 등 강건한 외모의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특이하게도 곱상한 외모의 앨런 래드가 주인공이다. 앨런 래드는 잘 생겼지만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처럼 큰 키와 넓은 어깨의 배우가 아니다. 작고 가냘파 보이지만 번개처럼 빠른 속사 권총과 침묵으로 존 웨인과 게리 쿠퍼 못지않은 무게감을 줬다. 마치 원빈이 '아저씨'에서 ..

용서받지 못한 자(4K 블루레이)

같은 제목의 영화가 여러 편이라 혼동하기 쉬운데,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2년)의 원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서부극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서부극이 갖고 있던 고유의 속성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우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주인공은 여느 서부극 속 영웅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정의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돈벌이로 총질에 나선다. 하지만 눈 하나 깜빡 않고 속사 권총을 쏘아대던 스파게티 웨스턴의 무법자는 보이지 않고, 말타는 것 조차 힘겨워 하고 서툰 총질에 사람 죽이는 것을 불안해 하는 볼품 없는 노인만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이스트우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무법자 시리즈와 작별을 고했다. 기존 서부극의 전..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년)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극인 스파게티 웨스턴 붐을 일으킨 영화다. 이 작품 이전에도 20편이 넘는 서부극이 이탈리아에서 제작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레오네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콤비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소위 '무법자' 3부작 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망토를 걸친 채 모자를 눌러쓰고 담배를 삐딱하게 문 떠돌이 총잡이가 등장하는 '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3편이 제작됐다. 세 작품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TV시리즈 외에 영화 분야..

로스트 인 더스트(블루레이)

데이비드 맥켄지 감독의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 2016년)는 황량한 텍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대판 서부극이다. 내용은 연달아 은행을 터는 두 형제와 이를 쫓는 보안관들의 이야기다. 두 형제는 마치 서부개척시대 무법자들처럼 복면을 쓴 채 은행을 털고, 보안관들은 현상금 사냥꾼처럼 이들의 뒤를 쫓는다. 얼핏 보면 선과 악이 대비되는 구도이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악은 따로 있다. 바로 금융자본주의의 주역인 은행이다. 평생 죄 한 번 짓지 않고 산 주인공(크리스 파인)은 어머니가 은행에 진 빚 때문에 유일한 유산인 농장을 은행에 빼앗기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총을 든다. 먼지 풀풀 날리는 황량한 농장이지만 주인공에게는 이혼한 아내와 자식들을 지킬 삶의 기반이자 터전이다.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