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소련 9

스파이 브릿지(블루레이)

때로는 인류가 한 사람에게 커다란 빚을 질 때가 있다. 일촉즉발 전쟁 위기의 상황에 막전막후에서 기민하게 활약한 사람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건지는 순간이 역사에 여러 번 등장한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제작하고 연출한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2015년)도 그런 사람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62년 사상 최초로 일어난 냉전 시대의 미국과 구 소련의 스파이 교환을 다룬 실화다. 그 중심에 제임스 도너번(톰 행크스 Tom Hanks)이라는 변호사가 있다.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나온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훗날 CIA의 모태가 된 미 전략 정보국(OSS)에서 일한다. 이때의 인연으로 그는 전쟁이 끝난 뒤 독일 뉘른베르..

더 스파이(블루레이)

1962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0년대 발생한 가장 심각한 사건이었다. 냉전 시대 핵 위기의 상징 같은 이 사건은 구 소련이 미국의 코 앞인 쿠바에 핵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면서 비롯됐다. 본토 전역이 핵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놓이는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해상 봉쇄에 들어가면서 자칫 잘못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뻔한 일촉즉발의 위기를 야기했다. 결국 소련은 핵 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함대를 되돌려 전쟁의 위기를 모면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소련 정상이 핫 라인을 개통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당시 언론들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수 싸움이 얽힌 양측의 외교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훗날 밝혀진 기록을 보면 당시에는 공개할 수 없었던 치열한 ..

체르노빌(4K 블루레이)

기억을 더듬어보면 1986년은 온통 서울 아시안게임으로 시끄러웠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요란하게 아시안게임을 띄웠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국내에서는 그해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 폭발 사고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체르노빌은 당시 구 소련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 체르노빌 발전소와 프리퍄티는 어떤 곳 체르노빌로 알려진 V.I 레닌 원자력 발전소는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 근처 작은 마을인 체르노빌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1970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건설됐다. 발전소를 지으면서 여기서 일할 사람들을 위해 발전소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프리퍄티라는 계획도시, 즉 아토모그라드라는 원자력 도시도 만들었다. 나중에 ..

에너미 앳 더 게이트(블루레이)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1년)는 저격 영화의 정수 같은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구 소련군의 저격수였던 실존 인물 바실리 자이체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15년 첼라빈스크주 에라노마치에서 태어난 자이체프는 우랄 산맥의 산속에서 자라며 어려서부터 사슴 사냥으로 사격 솜씨를 갈고닦았다. 1936년 해군에 입대해 군사경제학교를 나온 뒤 러시아 태평양 함대에서 회계 반장으로 일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소전이 발발하자 그는 흑해 함대로 지원해 해군 육전대의 저격수가 됐다. 다시 육군으로 소속이 바뀌어 제284저격사단 산하의 1047저격연대에 배속된 그는 독일군이 쑥대밭을 만든 스탈린그라드에서만 242명을 사살하는 등 종전까지 총..

붉은 10월 (4K 블루레이)

1980년대 최고 이야기꾼을 꼽는다면 단연 '재칼의 날'을 쓴 프레드릭 포사이드다. 톰 클랜시는 포사이드의 뒤를 잇는 밀리터리 스릴러 작가로, 완성도 면에서는 포사이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레인보우 식스로 대표되는 일련의 베스트셀러를 여러 편 내놓았다. 톰 클랜시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 바로 1984년에 쓴 '붉은 10월호 추적작전'이다. 국내에도 금박출판사를 통해 처음 번역 출간됐던 이 책은 구 소련의 최신예 핵잠수함 붉은 10월호가 미국으로 망명하는 내용을 다뤘다. 워낙 감쪽같이 망명을 해야 했기에 미국과 소련의 해양 전력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과정을 아주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특히 밀리터리 마니아인 톰 클랜시의 해박한 군사지식이 총동원된 덕분에 실감나는 묘사로 당시 레이건 대통령도 극찬을 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