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송새벽 3

위험한 상견례 (블루레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지역감정은 해묵은 갈등이다. 김진영 감독은 이를 소재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2011년)를 만들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꽤 심각했다. 그래서 작품 속 배경도 1980년대 말이다. 전라도 총각이 경상도 아가씨를 만나 지역감정의 골을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 여기에 두 사돈은 과거 고교시절 얽힌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영락없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걸죽한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비벼서 한바탕 요절복통 코미디로 만들었다. 뻔한 줄거리이지만 이것저것 웃음을 주는 요소가 많기에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 송새벽, 이시영 등 두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백윤식 김수미 김응수 박철민 김정난 ..

해결사

무조건 달리고, 주먹질을 많이 한다고 해서 '다이하드' 같은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액션에도 결이 있고 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저 산만하고 정신 사나운 영화가 될 뿐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권혁재 감독의 '해결사'다. 설경구에 이정진, 오달수, 송새벽까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줄줄이 나온다. 거기에 대본 초고는 액션물을 곧잘 만드는 류승완 감독이 썼다. 이쯤되면 제법 반찬을 잘 차린 밥상이다. 하지만 그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정치가의 음모에 휘말린 전직 경찰관과 부패한 경찰들이 벌이는 쭟고 쫓기는 추격전은 빠르게 펼쳐지지만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긴장감이 없다. 스프링쿨러가 쏟아지는 복도와 좁은 욕실 및 계단 등에서 펼치는 투박한 액션은 나름대로 감독이 멋을 부리긴 했지..

방자전 (블루레이)

'음란서생' '방자전'으로 이어지는 김대우 감독 작품의 묘미는 기발한 비틀기에 있다. 점잖은 양반들을 음란 소설 작가로 둔갑시킨 '음란서생'에 이어 '방자전'(2010년)에서는 진정한 로맨스의 주인공을 하인인 방자로 바꿔 놓았다. 헛웃음 나올 법한 황당한 설정이지만 그럴 법 하다는 개연성을 부여한 것은 탄탄한 구성이다. 양반이나 하인이나 똑같은 사람인데 어찌 미인을 보고 느끼는 사랑이 다를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이도령과 방자, 춘향과 향단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고도의 심리 로맨스가 돼버렸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은 김대우 감독의 비틀기다. 이도령은 유희 같은 사랑과 출세를 위해 여인을 이용하는 양반으로, 춘향 역시 팔자를 고쳐보기 위해 남자를 노리는 여인네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