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슈퍼맨 6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그 리그(4K)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은 2017년 스무 살 된 딸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 비극을 겪었다. 그 바람에 한창 찍고 있던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감독을 그만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Joss Whedon) 감독은 스나이더 감독이 촬영한 영상 가운데 25%가량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새로 찍었다. 그 바람에 영화는 원래 만들려던 내용과 크게 달라졌다. 특히 스나이더 감독이 찍은 액션 장면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면서 좀 더 경쾌하게 변했다. 원래 DC코믹스 계열의 작품들이 어두운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원작 분위기와 맞지 않는 영화가 돼 버린 셈이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스나이더 감독은 원래 자신이 찍었던 영상을 재편집하고 일부 영상을 따로 찍어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이 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4K 블루레이)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은 바다거북이와 조오련의 대결만큼이나 슈퍼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얘깃거리였다. 초등학교 때인 1970년대 국내에 처음 영화 개봉을 통해 존재를 알린 슈퍼맨은 어린이들에게 그동안 TV에서 본 만화영화와 차원이 다른 우상이었다. 그 뒤로 여러 초영웅들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은 각자의 우상을 내세워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근거도 없는 말싸움을 벌였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년)은 철없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내놓은 듯한 영화다. 내용은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이 한 공간에 등장하면서 서로 맞붙게 되는 설정이다. 마치 한 집안에 가..

더 보이(4K 블루레이)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감독의 '더 보이'(Brightburn, 2019년)는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물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어느 부부에게 느닷없이 아이가 생긴다. 자연스러운 임신이 아니라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를 아이가 이상한 괴물체와 함께 뒤뜰에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귀엽고 평범하다.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곱게 자란 아이가 사춘기 성장통처럼 반항적으로 변하면서 부모는 이상하다고 느낀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괴물체를 알게 된 아이는 엄청난 힘으로 사람을 집어던지거나 차를 들어 올리고 하늘을 날며 눈에서 광선을 뿜어 내면서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한다. 이때부터 아이와 관객은 같이 고민한다. 만인을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면 슈퍼..

맨 오브 스틸 (4K 블루레이)

영화 '300'의 감독 잭 스나이더가 만든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2013년)을 보면서 가장 눈에 설었던 것은 슈퍼맨의 복장이다. 오래도록 벗지 않았던 빨간 팬티가 사라졌기 때문. 파란색 기본 의상도 군회색의 중세 시대 미늘 갑옷처럼 변해서 탄탄한 근육질이 돋보였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가슴의 S자 문양과 붉은 망토. 새롭게 바뀐 복장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만큼 세련됐다. 하지만 영화 내용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 이 영화는 고향인 크립톤 행성의 붕괴를 피해 지구로 날아온 슈퍼맨이 양부모 밑에서 자라며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발견, 의로운 일에 사용하는 동어반복적인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나온 1970년대 '슈퍼맨'부터 '슈퍼맨 리..

메가마인드 (블루레이)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빛나듯, 악당 또한 영웅이 있어야 제 역할이 산다. 그래서 악당이 영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톰 맥그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Megamind, 2010년)는 이처럼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웅이 사라진 도시에서 무료해진 악당이 돋보이기 위해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 하지만 정작 초능력을 부여받은 영웅은 정의의 사도 역할을 버리고 악당보다 더 못된 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영웅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 유럽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신선한 내용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기본적인 히어로물의 설정을 뒤집은데 있다. 악당 속에서 선함을 찾고 영웅의 권태와 타락을 다루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 하지만 가족 영화의 한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