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릴러 8

어두워질 때까지

007 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스 영 감독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15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뒤 20대인 제 2 차 세계대전때 전차부대 전차장으로 참전했다. 당시 그는 영화 '머나먼 다리'로 유명한 마켓가든 작전에 참가해 네델란드 아른헴에서 싸웠다. 종전 후 1945년 영화감독을 준비하던 그는 은퇴한 영국군 장교와 부상병들을 위한 자선단체에서 우연히 16세 소녀를 소개 받았다. 전쟁이 끝나 아른헴의 집에 돌아와 어머니를 따라 자선단체에 들렸던 소녀는 바로 오드리 헵번이었다. 헵번의 어머니는 테렌스 영이 아른헴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제작자에게 딸의 출연을 부탁했으나, 제작자는 발레를 배우는 어린 소녀를 출연시킬 수 없다며 거절했..

이웃사람

배우나 감독보다 원작자의 영향이 더 큰 사람이 만화가 강풀이다. 그의 작품이 워낙 웹툰으로 유명하기 때문.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도 마찬가지. 웹툰으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어느 마을의 여중생이 살해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묻지마 살인과 연쇄살인의 코드가 적절히 섞이면서 여기에 이웃들의 무관심이라는 메시지가 덤으로 얹혔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큼 흥미진진한 소재가 듬뿍 얹힌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눈길을 붙잡는다. 기본적인 줄거리 외에 인물들도 개개의 사연을 지닌채 살아 있다. 왜 누구는 이웃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누구는 애써 외면하는 지 스토리를 통해 사연들이 풀려 나오면서 영화는 때로는 공포물, 때로는 스릴러의 장르를 오간다. 배우들도 연기도 좋았다. 악..

영화 2012.08.26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루레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타나토스는 죽음의 신이다. 사람이 죽을 때 잠의 신 히프노스와 함께 나타나서 영혼을 가져가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파괴의 본능으로 해석했다. 살려는 본능이 에로스라면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는 공격적이어서 남과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파괴의 본능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서양의 시각은 삶과 죽음을 양 극단에서 다르게 봤지만 옛부터 동양은 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으로 보고 친숙하게 생각했다. 유교의 제사나 불교의 윤회 사상 모두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제임스 웡 감독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Final Destination, 2000년)은 정해진 운명 같은 죽음을 다뤘다. 죽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웡 감독의 동양적 사고로 서양인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죽음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