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웨덴 5

인비저블

데이비드 S 고이어(David S. Goyer) 감독의 '인비저블'(The Invisible, 2007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다룬 영화다. 엉뚱한 오해를 받은 주인공 닉(저스틴 채트윈 Justin Chatwin)이 억울하게 폭행을 당해 사경을 헤매면서 그의 영혼이 살아남으려고 자신의 육신을 되살리기 위한 싸움을 다뤘다. 그렇다고 귀신이 초인들처럼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존재일 뿐이어서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형상을 볼 수 없다. 영혼이 된 닉 또한 다른 사람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지 못한다. 그만큼 제약이 많은 존재다. 언뜻 보면 귀신이라는 주인공의 특성 때문에 공포영화나 공상과학(SF) 영화 같지만 내용은 추리소설에 가깝다. 사..

미드소마(블루레이)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미드소마'(Midsommar, 2019년)는 참으로 아름다운 공포물이다. 공포와 아름다움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공포는 배가 된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현듯 닥치는 공포는 그럴 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공포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공포 어떻게 공포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면 일단 영상을 봐야 한다. 영화는 스웨덴의 가상 마을인 호르가에서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벌어지는 백야의 하지 축제를 다뤘다. 제목 미드소마는 바로 이 하지 축제를 의미한다. 늦은 밤까지 해가 눈부시도록 밝은 이 마을의 여름 축제는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사방에 꽃들이 만발하고 푸른 초원은 마음마저 시원하게 만든다..

경계선(블루레이)

알리 아바시 감독이 만든 스웨덴 영화 '경계선'(GRANS, 2018년)은 참으로 기이한 영화다. 영화의 이야기와 소재, 영상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든 것이 기이하고 낯설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면서도 슬프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자리를 잡는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따지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괴이한 외모를 가진 여성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냄새로 사람들의 범죄를 알아내는 특이한 재주를 지녔다. 덕분에 항구에서 입항하는 사람들의 검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한다. 이 곳에서 그는 냄새로 아동 포르노 범죄자들을 잡아내기까지 한다. 그곳에서 티나는 우연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외모를 지닌 남성 보레(에로 밀로노프)를 만난다. 티나는 벌레를 잡아서..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가다

여유있는 일정으로 핀란드 헬싱키를 찾는 사람들은 에스토리나의 탈린을 거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넘어간다. 모두 헬싱키에서 가깝기 때문. 에스토니아는 인구 138만명의 작은 나라로, 중세시대 한자동맹의 일원인 탈린이 무역중심지로 번성했다. 17세기 이후 스웨덴과 러시아의 오랜 지배를 받았고, 러시아 혁명 직후 1918년부터 2년간 전쟁을 치러 독립했다. 하지만 1940년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다시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됐고,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했다. 핀란드인들은 된 발음으로 딸린이라고 부르는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다. 러시아에서 떨어져나온 에스토니아는 빠르게 서구화해 유럽연합(EU) 뿐 아니라 나토 가맹국이 됐다. 그 바람에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함부로 군사적 공세를 취하지 ..

여행 2014.12.27

개 같은 내인생

스웨덴 감독 라세 할스트롬(Lasse Hallstrom)의 '개 같은 내 인생'(My Life As a Dog, 1985년)을 처음 본 것이 언제였는 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극장에서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조흔파의 '얄개전'처럼 얄궂은 아이들의 성장통을 다룬 성장 드라마를 좋아하기에 이 작품 또한 재미있게 봤다. 영화 속 주인공은 얄개전처럼 매사가 즐겁고 신나는 일만 있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과 사랑하는 개와 이별 등 힘든 일들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답게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득 저 나이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만화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아련한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