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탠 리 24

캡틴 마블(4K 블루레이)

애너 보든과 라이언 플렉이 공동으로 감독한 '캡틴 마블'(Captain Marvel, 2019년)은 새로운 여성 영웅의 탄생을 기리는 영화다. 처음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여성판 버전인 줄 알았으나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외계 행성인 크리족의 여전사 캐럴(브리 라슨)이 숙적인 스크럴족을 쫓아서 지구에 잠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캐럴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알게 되고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기본적인 플롯은 권선징악의 초영웅 스토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디테일은 주인공이 여성이라는데 숨어 있다. 캐럴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여성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역할을 규정하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종족이, 사회가, 리더와 동료가 요구하는 역할이 아닌 스스로..

헐크(4K 블루레이)

우리나라에 헐크를 먼저 알린 것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TV 시리즈였다. 마블 코믹스가 국내에 나오지 않았기에 스탠 리가 그린 만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특히 헐크가 초록색 괴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국내 방영됐던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는 흑백 방송시절이어서 헐크가 초록색일 줄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흑백의 이미지가 헐크를 훨씬 더 위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본 초록색 헐크는 무섭다기보다 왠지 우스꽝스러웠다. 당시 헐크는 국내 TV에서 마땅히 볼게 많지 않던 시절이라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600만불의 사나이'나 '원더우먼' '소머즈' 등에 비하면 별로 인기가 없었다. 아무래도 못생긴 괴물이 주인공이고, 헐크가 활약할때까지 못난이처럼 당하..

스파이더맨 홈커밍 (4K 블루레이)

존 왓츠 감독의 '스파이더맨 홈커밍'(Spider-Man: Homecoming, 2017년)은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영화다.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러 가지 설정이 샘 레이미 감독의 기존 시리즈와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다. 우선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고교생 나이로 크게 어려졌다. 그만큼 10대 소년의 발랄함과 조심성, 과감함과 두려움 등을 함께 갖고 있다. 이런 설정이 고뇌하는 청년이었던 기존 시리즈와 다른 스파이더맨의 성격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관객 입장에서는 불안하면서도 과감한 스파이더맨의 다음 선택을 흥미롭게 기다리며 바라볼 수 있다. 주인공의 성격과 나이뿐 아니라 스파이더맨의 외모와 능력도 변했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가 본격적으로 어벤저스에 합류하는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4K 블루레이)

조스 웨던 감독의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년)은 제작 단계부터 국내에서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의 일부 장면이 2014년 3~4월 서울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제작진은 마포대교를 막고 추격장면을 찍었고 서울 강남역 주변, 상암동 DMC 부근과 새빛섬 등지에서 촬영했다. 또 국내 여배우 수현이 박사 역할로 출연했다. 그만큼 국내 팬들에게는 낯익은 풍경과 인물 덕분에 친숙한 영화다. 어벤저스의 두 번째 시리즈로 제작된 이 작품은 세계 평화를 위해 개발한 최고의 인공지능 컴퓨터 울트론이 폭주하며 강력한 적으로 돌변하자 이를 초영웅들이 저지하는 내용이다. 이 시리즈의 강점이자 매력은 각각 영화의 주인공인 초영웅들이 무리지어 나..

어벤져스: 4K 블루레이

조스 웨던 감독의 영화 '어벤져스'(The Avengers, 2012년)를 보면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이 생각난다. 고운 아가씨들이 나와 춤을 추고 돌아가며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는 걸그룹처럼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아메리카 등 초영웅들이 등장해 돌아가며 힘자랑을 펼친다. 어찌보면 이 같은 영웅들의 집합은 미국식 물량주의의 산물이다. 거대 자본과 물량을 투여해 압도하는 영상은 할리우드가 아니면 만들기 힘들다. 어린 시절 TV를 보며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는데 그런 상상을 코믹북에 이어 영화로 옮겼다. 그런 점에서 어렸을 때 받으면 즐겁고 신났던 종합선물세트를 닮았다. 하지만 종합선물세트라는게 실속은 없다. 커다란 상자를 뜯어보면 각종 과자들이 각각 포장 상태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