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 보든과 라이언 플렉이 공동으로 감독한 '캡틴 마블'(Captain Marvel, 2019년)은 새로운 여성 영웅의 탄생을 기리는 영화다. 처음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여성판 버전인 줄 알았으나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외계 행성인 크리족의 여전사 캐럴(브리 라슨)이 숙적인 스크럴족을 쫓아서 지구에 잠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캐럴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알게 되고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기본적인 플롯은 권선징악의 초영웅 스토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디테일은 주인공이 여성이라는데 숨어 있다. 캐럴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여성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역할을 규정하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종족이, 사회가, 리더와 동료가 요구하는 역할이 아닌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