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스티븐 스필버그 37

우주전쟁(4K 블루레이)

예전에 LA에 있는 유니버셜스튜디오를 방문하면 트램을 타고 스튜디오 세트들을 둘러 보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풍경이 '죠스'가 출몰하는 호수를 지나 '위기의 주부들' 마을을 통과하면 나타나는 거대한 여객기가 추락해 폐허가 된 마을이다. 이곳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우주전쟁'(War of The Wolrds, 2005년)을 찍은 곳이다.동강난 기체가 뒹구는 마을 풍경은 실제 여객기 추락 현장처럼 처참해 실감난다. 영화의 내용은 HG웰즈의 원작 소설과 동일하다.어느날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이 미리 지구에 숨겨 놓은 파괴 병기를 동원해 전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외계인과 지구인들이 엄청난 화력을 퍼붓는 SF 전쟁물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죠스(4K 블루레이)

'죠스'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때 손바닥만 한 삼중당 문고를 통해서였다. 내용은 미국 어느 바닷가 마을에 식인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다. 당시 피터 벤칠리의 원작을 읽으며 백상아리의 습격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커다란 상어를 본 일도 없을뿐더러 바닷속에서 소리 없이 습격하는 상어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활자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TV에서 방영해 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Jaws, 1975년)를 보고 나서 상어의 습격이라는 것이 상상 이상의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영화는 벤칠리의 원작을 뛰어넘는 시각적 힘이 있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그리던 백상아리의 존재부터 선박을 물어뜯는 가공한 공격력을 눈으..

브루스 브라더스(4K 블루레이)

블루스라는 음악 장르를 떠올리면 3, 5, 7도의 반음씩 낮아지는 블루노트가 대변하듯 나른함과 끈적임, 그리고 우울한 슬픔이 묻어난다.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의 영가에 뿌리를 두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우울한 음악을 가지고 요란한 활극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다. 1970년대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코미디를 한 이들은 블루스브라더스 밴드를 결성해 큰 인기를 끈다. 이를 본 제작진이 영화로 만들었고, 컬트 영화처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 바로 존 랜디스 감독의 '브루스 브라더스'(The Blues Brothers, 1980년)다. 어려서 자란 고아원이 밀린 세금 때문에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두 주인공이 나서서 밴드를 재결성해 돈을 버는 내용..

레디 플레이어 원(4K 블루레이)

1980년대 대중문화에 흠뻑 젖었던 사람이라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년)은 일종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1970, 80년대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 중에 종합 선물세트가 있다. 시중에 파는 온갖 과자를 골고루 섞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과자 묶음이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일상 같은 선물이다. 이 영화는 80년대 영화, 만화, 게임, 노래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됐던 대중문화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아이템들을 어떻게 욱여넣을까 싶은데 어떤 아이템은 캐릭터로, 어떤 아이템은 카메오로, 어떤 아이템은 벽에 붙은 포스터 등으로 골고루 등장한다. 우선 초반 여주인공 사만다(올리비아 쿡)가 타고 등장하는 오토바이는 유명한..

쉰들러리스트 (4K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년)에 대한 평 중에 한 달 전 작고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짧은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일 도둑의 손수레를 검사하는 경비원이 있다. 경비원은 도둑이 훔쳐가는 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다. 도둑이 훔치는 건 손수레다. 유대인들은 쉰들러의 손수레다." 촌철살인, 그야말로 이 영화의 의미를 몇 개의 문장에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 작품은 나치당원이면서 독일인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가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려낸 실화다. 쉰들러는 나치 군인들에게 뇌물을 써서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 직공으로 빼돌려 목숨을 구했다. 물론 그가 세운 냄비와 군수공장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비록 공장은 망했지만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