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신카이 마코토 5

별의 목소리(블루레이)

'별의 목소리'(The Voices of a Distant Star, 2002)는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초창기 작품이다. 약 25분 분량의 중편인 이 작품은 신카이 감독 혼자서 2년 동안 만들었다. 컴퓨터를 이용해 직접 각본을 쓰고 그림까지 그렸다. 작품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너의 이름은' 등 훗날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들의 모태가 됐다. 내용은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미래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공동으로 결성한 유엔 우주군에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로봇 조종사로 뽑혀 출전하면서 남자 친구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우주에서 끊임없이 메일을 주고받지만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블루레이)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면 내용이 좀 떨어져도 보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 2004년)가 대표적 경우다.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일 연합군과 여기 맞서는 유니온 등 두 개로 갈라진 세력이 대치하는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유니온 지배하에서 살아가는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 등 세 청소년은 홋카이도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탑에 도달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두 소년은 비행기를 만들지만 어느 날 사유리가 사라지면서 두 소년마저 뿔뿔이 흩어진다. 사유리가 갇혀 있는 것을 알게 된 두 소년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포기했던 비행기를 다시 가동해 탑을 향해 날아간다. 두 소년과 한 ..

너의 이름은(4K)

'날씨의 아이'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등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작품들을 보면 사진 같은 섬세한 배경에 손그림의 정감이 섞여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채화 같은 작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들인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에서도 이런 특징들이 두드러진다. 다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대표되는 지브리 작품들이 철저하게 손그림에 의존한다면 신카이 감독은 적절하게 컴퓨터 그래픽을 손그림과 섞어서 사용한다. 덕분에 실사처럼 세밀한 풍경 위에 손그림의 부드러운 채색이 더해져 정겨움과 함께 감정을 자극한다. 이런 특징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저패니메이션의 특징이기도 하다. 신카이 감독의 작품 '너의 이름은'(君の名は。2016년)도 마찬가지다. 도쿄의 신주..

언어의 정원(블루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날로 진화한다. 새로 나오는 작품들은 항상 전작들을 뛰어넘은 구성과 그림 솜씨를 보여준다.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2013년)도 마찬가지. 전작들보다 더 섬세하고 농밀하게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짚어 냈다. 내용은 구두를 만드는 장인을 꿈꾸는 소년과 20대 여교사 사이에 싹트는 은밀한 사랑이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여름철 도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비다. 비가 쏟아질 때마다 신주쿠 교엔을 찾은 두 사람은 어느덧 젖어드는 비처럼 서로의 감정을 파고든다. 결코 그 과정이 급작스럽거나 과장되지 않고, 보도를 적시는 비처럼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다가설 듯 말 듯 망설이다가 막판 절정으로 치닫는 감정의 흐름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여기에 관객들이 교감할..

초속 5센티미터 (블루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2007년)는 시간과 사랑에 대한 애니메이션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사랑이 변할 수 밖에 없다. 묽어질 수도 있고 진해질 수도 있다. 유지태는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란 대사를 던졌지만, 사랑은 결코 불변이 아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사랑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초속 5cm라는 제목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변해가는 사랑을, 시간에 천착하는 구도자처럼 서정적인 그림으로 풀어냈다. 바람에 벚꽃이 흩날리는 속도를 의미하는 제목은 결국 사랑의 변화를 의미한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전학을 가는 남녀는 가슴속에 사랑을 간직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된다. 마음과 달리 그렇게 멀어진 그들의 사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