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심은경 4

신문기자(블루레이)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문기자'(新聞記者, 2019년)는 중요한 두 가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2017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든 가케학원 스캔들이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가케학원 재단에서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갖고 있는 오카야마 이과대학에 수의학과를 신설하는 문제를 놓고 내각부가 일본 문부과학부를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서는 52년 동안 대학의 수의학과 신설이 없어서 이를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특혜 논란을 부를 만했다. 배경에 깔린 아베 전 총리의 가케학원 스캔들 여기에 아베 전 총리와 가케 코타로 가케학원 이사장이 40년 된 친구여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아베 전 총리는 수의학과 신설 추진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2018년 1월 오카야마 이과대..

광해, 왕이 된 남자 (블루레이)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가 돋보이는 점은 영리하게도 역사적 빈틈을 파고 들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에서 재위 기간 15일이 비어 있는 점에 착안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내용은 끊임없이 암살을 의심했던 광해군이 자신과 똑닮은 가짜를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는 줄거리다. 쌍둥이처럼 닮은 가짜를 내세워 암살 위험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카게무샤'(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게무샤) 등에서 일찍이 써먹었던 방법이어서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제작진은 이를 자잘한 에피소드와 우리식 웃음으로 채워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그..

광해, 왕이 된 남자

1,00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하니, 누군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는 그렇게 구를수록 점점 커지는 눈덩이처럼 소문으로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다. 순전히 입소문 만은 아니다. CGV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이름에 '광'자와 '해'자가 들어간 사람을 끌어모으는 등 각종 마케팅까지 더해진데다, 대종상 시상식에서 무려 15개 상을 싹쓸이한 효과도 있다. 그 바람에 욕도 많이 먹지만, 무턱대고 욕만 먹을 영화는 아니다. 나름 그럴듯한 상상력에 적절한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볼 만 하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재위 기간 중 사라진 15일을 순전히 상상해서 지어낸 이야기는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왕이 암살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바꿔 똑같이 생긴 허수아비를 내..

영화 2012.11.02

써니

강형철 감독의 '써니'(2011년)가 관객 동원 441만 명을 넘었다. 감독의 전작인 '과속스캔들'의 코미디 코드를 그대로 끌어온 것이 유효한 듯 싶다. 하지만 과연 그럴 만한 작품인 지 의심스럽다. 아무래도 할리우드 작품들이 제대로 힘을 못쓰고, 이렇다 할 한국 영화들이 별반 없다보니 솔직히 그 덕도 많이 본 듯 싶다. 이 영화는 여고시절 똘똘 뭉쳤던 7명의 친구들이 고교생 자식을 둔 나이가 돼서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모이는 과정을 다뤘다. 말 그대로 추억을 팔아먹는 영화다. 하지만 곽경택 감독의 '친구'나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제대로 된 추억찾기는 아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추억의 파편들을 적당히 얼기설기 꿰어맞춘 모자이크다. 과거라는 이름 하에 시대..

영화 201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