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카데미 6

내가 만난 봉준호

개인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지 않으려 하는데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은 역사적인 일이기에 그 감격과 감동을 간직하고자 옛 기억을 더듬어 봤다.오래전 영화담당 기자 시절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래 봐야 워낙 오래전 일이고 그 뒤로 이어진 인연이 아니어서 딱히 봉 감독을 안다고 내세울 만한 일은 아니다.그래도 소중했던 기억이고 그 만남이 워낙 즐거웠으며 그때도 작은 감동을 받았었기에 보관하는 취재수첩 더미를 다시 뒤적여 봤다. 2003년, DVD 마니아 봉준호를 만나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0310210018607487) 2003년 10월 13일.신문사 근처 '한마당'이라는 카페에서 봉 감독과 인터뷰 약속을 했다. 당시 봉 감독은 '..

인터뷰 2020.02.12

프렌치 커넥션(블루레이)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 1971년)은 할리우드 형사물의 교과서같은 작품이다. 로빈 무어의 동명 넌픽션 책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60~70년대 미국은 터키에서 생산돼 프랑스를 거쳐 들어온 헤로인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주로 마르세이유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갱단이 들여 왔는데, 이 때문에 마약 밀매 루트를 프렌치 커넥션이라고 불렀다. 영화는 1960~62년 프렌치 커넥션 수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뉴욕 경찰의 에디 이건과 소니 그로소 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길거리에서 마약 사범을 체포한 뒤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자꾸 자리를 옮기는 사람을 수상하게 여겨 미행하다가 우연히 범죄조직을 적발하게 된다. 당시 두 형사는 집요한 미..

찰리 채플린의 삶과 예술

위대한 예술가 찰리 채플린처럼 극과 극을 달린 사람도 드물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빈민구호소를 전전하며 힘들게 산 그는 타고난 예술적 재능으로 20대 후반에 백만장자가 됐다. 채플린이 만든 무성영화는 세계 곳곳에서 히트를 쳤고, 더불어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다. 유성영화 등장 이후에도 예술적 재능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나 오히려 뜻하지 않은 정치적 역풍을 맞아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미국에서 추방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1970년대 들어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미국과 화해하긴 했지만 채플린은 말년을 망명지인 스위스에서 보냈다. 워너브라더스에서 나온 채플린 콜렉션에 포함된 '찰리 채플린의 삶과 예술'(The Life and Art of Charles Chaplin) DVD는 이러한 채플린의 일생..

인생은 아름다워 (블루레이)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1997년)는 말이 필요없는 감동적인 걸작이다. 베니니가 각본을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한 이 작품은 코미디 속에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의 비극을 절묘하게 녹여냈다. 그러나 결코 그 과정이 과장되거나 경망스럽지 않다. 오히려 아픔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짓는 웃음처럼 희극 뒤에 배어나는 페이소스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 가장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을 담았다. 아버지는 철부지 아들에게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품을 타기 위한 놀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소리지르는 독일군은 점수 따는 것을 방해하는 훼방꾼이며, 그들에게 들켜서 상품도 못탄 채 집에 가지 않으려면 숨..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유명한 걸작 '라쇼몽'(1950년)은 처음부터 패를 드러내 놓고 시작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문(羅生門) 아래에서 요란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나무꾼이 내뱉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숲 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 시체를 발견한 나무꾼,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 여기에 무당의 입을 빌려 찾아온 사무라이의 영혼까지 네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제각기 다르게 설명한다. 문제는 각기 다른 주장이 모두 그럴 법하다는 것. 결국 요란한 말속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된다. 하지만 네 사람의 주장 모두에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다 보니 진실을 찾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 점 때문에 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