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노 히데아키 4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 (블루레이)

예전 DVD로 나온 로봇 애니메이션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1992년)을 보고 반한 것은 우선 노래 때문이다. 거대한 로봇이 버티고 선 화면 위로 뜻밖에도 도니제티의 유명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흘렀다. 로봇 만화에 뚱딴지처럼 들어간 오페라 아리아가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절절한 비장미가 살아나는게 잘 어울렸다. 오래된 신파극처럼 다소 감정과잉으로 과장된 감도 있지만 오페라 아리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로봇 애니메이션도 없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로봇물에 들어간 클래식 음악만큼이나 그림 또한 엉뚱하다. 거대한 로봇들 사이로 중국 고전인 삼국지와 수호지에 나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쪽에선 로봇들이 광선을 쏘아대는 사이로 고색창..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블루레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탄생을 가져온 도화선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성공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함께 독립해 지브리 스튜디오를 만들어 '천공의 성 라퓨타'(http://wolfpack.tistory.com/entry/천공의-성-라퓨타), '이웃집 토토로'(http://wolfpack.tistory.com/entry/이웃집-토토로-블루레이), '반딧물의 묘'(http://wolfpack.tistory.com/entry/반딧불의-묘) 등 숱한 명작들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기계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하야오 감독의 특성이 잘 반영됐다. 세계 전쟁 후 황폐화된 지구에서 인간이 독을 내뿜는 균류, 식물, 곤충과 공..

에반게리온 파 2.22 (블루레이)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수 많은 TV 시리즈와 극장물로 수도 없이 되풀이된 작품이다. 그래서 신 극장판 3부작은 개봉 전부터 호기심과 더불어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3부작의 시작인 '에반게리온 서'가 기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라면 두 번째 작품인 '에반게리온 파'(2009년)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구의 수호신을 자처한 에바가 떼거지로 등장해 무지막지한 위력을 보여주는 사도와 맞서 혈투를 벌인다. 그 속에서 에바를 조종하는 소년과 소녀는 실존에 대한 의문과 복잡하게 얽힌 감정선을 드러내며 고민한다.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처절한 전쟁 영화 같은 로봇들의 전투 장면이다. 관절에서 피를 내뿜고 로봇과 인간이 한 몸이 돼서 느끼는 고통은 이 작품의 ..

에반게리온 서 1.01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마니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유명한 저패니메이션이다. 비록 작품은 보지 못했어도 제목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유명하다. 2007년 9월에 개봉한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서'(2007년)는 1995년 방영된 TV시리즈와 97년 상영된 극장판을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TV시리즈 1~6화의 이야기를 압축했다. 14세 소년이 로봇 병기인 에반게리온을 타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적 '사도'를 저지하는 내용. 단순 내용만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기존 TV시리즈의 2D 그래픽을 다시 손보고 3D 컴퓨터그래픽을 가미해 그림이 화려하고 정교해졌다. 그만큼 에바 마니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