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알랑 들롱 11

리플리 (블루레이)

이미 한 번 제작된 영화를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는 두 배로 부담스럽다. 기존 작품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 특히 그 작품이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년)는 이 같은 부담을 뚫고 성공을 이룬 금자탑 같은 영화다. 밍겔라 감독은 작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http://wolfpack.tistory.com/entry/태양은-가득히-블루레이)를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영상,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새로 구성했고, 그 결과가 아주 훌륭하다. 알랑 들롱..

태양은 가득히 (블루레이)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년)는 음악으로 먼저 알았다. 애조띤 트럼펫 선율이 인상적인 니노 로타의 주제곡은 1970, 80년대 FM 라디오의 영화음악 시간에 곧잘 흘러 나왔다. 당시 '영화음악 모음집'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열심히 들었는데, 나중에 TV명화극장 시간에 이 작품을 보고 오래도록 가슴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영화 음악과 잘 어울리는 우수에 찬 알랑 들롱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고, 좋아했던 샹송 가수인 마리 라포레(http://wolfpack.tistory.com/entry/애절한-샹송-2곡-마리-라포레-Vivre-a-Deux-샤를르-아즈나부르-Isabelle)의 한창 때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영화는 탐욕과 도전에 대한 ..

암흑가의 세 사람

"이 세상 사람은 모두 유죄야." "경찰도 말인가요?" "물론이지."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느와르 감독 장 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 사람'(Le Cercle Rouge, 1970년)에서 경찰서장이 수사관과 나누는 대화다. 믿음과 배신을 다룬 이 영화는 독특하다. 신뢰할 만한 집단인 경찰과 그렇지 못한 범죄자들에 대한 통념을 뒤바꿔 놓는다. 경찰은 범인 체포라는 목적을 위해 함정 수사를 펴고, 정보원을 협박하고 무고한 사람을 납치해 죽음의 위기로 내몬다. 악당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거금을 앞에 두고도 자기 몫을 양보하며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한다. 정의의 전복. 이처럼 사회집단에 대한 정의와 믿음이 통채로 뒤바뀌며 관객의 허를 찌른다. 이를 통해 멜빌은 비정한 사나이들의 세계와 그 속에서 싹트는 의..

태양은 외로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태양은 외로워'(L'Eclisse, 1962년)는 학창시절 보고 실망했던 작품이다. 그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이 영화보다 앞서 알랑 들롱이 주연한 '태양은 가득히'라는 스릴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르네 클레망 감독이 1960년에 소설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걸작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영화였다. 한 젊은이의 성공을 위한 욕망을 그린 영화였는데 어찌나 재미있고 음악도 좋던지 열심히 봤다. 훗날 이 영화는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리플리'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들었다. '태양은 가득히'에 대한 기억 때문에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방영된 '태양은 외로워'에 대해서도 같은 기대를 했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제목이 비슷하다 보니 연작 정도로 생각했다. 실제로 파트리..

지하실의 멜로디

한창 전성기때 알랑 들롱과 장 가방이 콤비를 이뤄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영화. 앙리 베르누이 감독의 느와르 '지하실의 멜로디'(Melodie En Sous-Sol, 1963년)는 그런 영화다. 이 작품 속 알랑 들롱은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시퍼런 청춘이다. 반면 장 가방은 노장의 완숙미가 엿보인다. 신-구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긴장감을 불어넣은 범죄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다. 내용은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탈리안 잡'처럼 치밀한 계획을 세워 휴양지 유명 호텔의 카지노를 터는 이야기다. 앙리 베르누이 감독은 후반부 금고를 터는 장면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주변 정황과 알랑 들롱, 장 가방의 표정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 이 작품의 묘미다. 하지만 대부분의 느와르물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