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4

성스러운 피(블루레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걸작 컬트영화 '성스러운 피'(Santa Sangre, 1989년)는 그의 최고작이다. 워낙 난해하면서도 기괴한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그가 처음으로 대중을 위해 만든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쉽고 재미있다. 1989년에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1960년대 말 멕시코의 한 청년이 30명의 여성을 죽여서 정원에 파묻은 엽기적인 사건을 감독이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 범인을 만나 자세한 인터뷰와 취재를 한 뒤 6년에 걸쳐 환상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어려서 부모의 처참한 죽음을 본 청년이 정신적 쇼크로 방황 끝에 구원을 받는 내용이다. 그 과정이 참으로 충격적이다. 주인공이 겪는 정신적 고통 끝에 구원에 이르는 과정은 기괴하고 잔혹..

판도와 리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데뷔작 '판도와 리스'(Fando and Lis, 1968년)는 4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시대를 앞선 작품이다. 파닉 무브망을 함께 만든 동료인 페르난도 아라발이 1958년에 공연한 연극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병을 고치기 위해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사랑과 종교적 구원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충격적이고 기괴한 영상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마치 루이스 부뉘엘의 '안달루시아의 개'를 보는 것처럼 초현실적인 영상은 훗날 컬트의 시조로 불리게 된 조도로프스키 스타일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위대한 작가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영화가 처음 상영된 멕시코 아카풀코 영화제에서는 영화를 보고 충격과 불쾌함을 받은 관중..

엘 토포

서부극 가운데 좌파적 색채를 띄고 있는 대표적 작품이 두 편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엘 토포'(El Topo, 1971년)다. 막시스트들이 여럿 참여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그렇다쳐도, '엘 토포'를 좌파 영화로 분류하면 스스로 좌파를 표방한 적 없는 조도로프스키 감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면면히 흐르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이로부터 벗어나기를 갈구한 영상은 지극히 사회주의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도로프스키 특유의 스타일로 성서를 재구성한 영상들이 사회주의 시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좌파 서부극으로 보이는 것만큼이나 또다른 아이러니다. 사실 이 작품을 서부극으로 봐야할 지도 의문이다...

홀리 마운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광기의 시네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아닌게 아니라 '성스러운 피'를 시작으로 '엘 토포' '홀리 마운틴' '판도와 리스' 등 국내 상영된 그의 영화들을 보면 충격적이며 기괴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 가운데 애잔한 선율과 더불어 발견할 수 있는 영상의 아름다움은 조도로프스키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함이다. '홀리 마운틴'(The Holy Mountain, 1975년)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의 경우 판권 분쟁 등 여러가지 사정상 뒤늦게 개봉했지만 무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을 만큼 그의 영화는 요즘봐도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아울러 요즘 세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그의 작품은 다면적이고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예수를 닮은 남자가 태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