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애니메이션 172

폴라 익스프레스(4K)

'백 투 더 퓨처'와 '포레스트 검프'를 만든 로버트 제멕키스(Robert Zemeckis) 감독의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년)는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산타를 믿지 않던 소년이 북극행 기차를 타고 산타의 마을을 다녀온 뒤 성탄절을 믿게 된다는 내용은 1986년에 나온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화가 원작이다. 내용뿐 아니라 삽화를 직접 그린 원작자 알스버그가 수석 프로듀서로 참여해 원작의 그림을 그대로 살렸다. 이 작품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보다 그림 때문이다. 원작의 파스텔화를 그대로 살린 것처럼 부드러운 컴퓨터 그래픽은 손그림처럼 따스한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는 개봉 당시 인물들의 표정을 실사에 가깝게 표현하다 보니 표정..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블루레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花とアリス殺人事件, 2015년)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하나와 앨리스'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슌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시도했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내용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하나와 앨리스'의 속편이면서 실사 영화보다 이전 얘기를 다뤘다.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나 새로 중학교에 전학 온 아리스(아오이 유우)가 학급에 장기 결석하는 학생인 하나(스즈키 안)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하나는 살해당했다고 알려진 유다와 관련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이들 사이에 왕따를 당한다. 아리스가 비밀을 캐기 위해 하나를 찾아가면서 둘 사이에 묘한 우정이 싹트게 된다. 이렇게 친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블루레이)

가브리엘 뱅상은 대기만성형 여류 화가다. 본명이 모니크 마르탱인 그는 1928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브뤼셀 인근 소니언 숲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자란 그는 브뤼셀 왕립미술학교에서 공부한 뒤 꾸준히 그림을 그렸으나 나이 50이 넘어 유명해졌다. 1972년 5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널리 이름을 알린 작품이 바로 그림책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시리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작고 영리한 생쥐와 덩치 크며 막무가내인 곰이 한 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서정적인 수채화풍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 벵자맹 레네, 뱅상 파타르, 스테판 오비에 세 사람이 공동 감독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Ernest & Celestine, 2012년)이다. 내용은 원작 시리즈와 크게..

부그와 엘리엇(블루레이)

로저 알러스와 질 커튼, 앤서니 스타키 세 사람이 공동 감독한 '부그와 엘리엇'(Open Season, 2006년)은 소니픽처스가 처음으로 만든 장편 만화영화다. 내용은 곰 부그와 사슴 엘리엇이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뒤 함께 모험을 헤쳐 나가는 일종의 동물 버디영화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숲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사냥철(open season)을 맞아 다른 동물들과 합심해 사냥꾼들을 물리치는 과정을 통해 우정이 쌓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가족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에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은 웃음을 유발하려고 의외로 폭력적인 장면을 마다하지 않아 다소 당황스럽다. 토끼를 창에 집어던져 친구를 깨우고, 사슴뿔을 잡고 벼랑에서 흔들거나 ..

루카(블루레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애니메이션 '루카'(Luca, 2021년)는 보고 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감독이 나고 자란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풍경을 어찌나 아름답게 묘사했는지 보고 있으면 가슴이 설렌다. 바닷가 언덕을 따라 형형색색으로 늘어선 집들과 지중해의 햇살을 머금고 있는 투명한 물빛,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까지 친퀘테레의 아름다운 풍광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자갈이 깔린 해변과 물, 하늘거리는 풀 등을 보면 그림 같지 않고 실제 같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색감까지 더해져 컴퓨터 그래픽인데도 마치 손으로 그린 그림 같다. 이런 느낌은 일본 산세를 배경으로 잘 살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카사로사 감독은 어려서 좋아한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