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애니메이션 173

미래의 미라이(블루레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未来のミライ, 2018년)는 첫 장면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감 샷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이 마치 항공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교하고 세밀하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수채화처럼 아련한 느낌을 주는 색감의 그림들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이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사실적으로 그린 배경과 달리 둥글둥글하고 간략하게 선처리를 한 전형적인 만화풍 그림체다. 이 점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등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사실적인 풍경 속에서 움직이는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내용은 4세 소년이 갓난아기인 여동생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 부모의 관심이 온통 아기에 집중되면서 철부지..

파이널 판타지 XV: 킹스 글레이브(4K 블루레이)

노즈에 타케시 감독의 '파이널 판타지 XV: 킹스 글레이브'(Kingsglaive: Final Fantasy XV, 2016년)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순전히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제작한 이 작품은 모든 캐릭터들이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다. 섬세한 표정 연기는 물론이고 얼굴에 난 점과 주름, 바람에 하늘거리는 머리카락까지 아주 세밀하게 묘사했다. 이쯤 되면 목소리를 제외한 연기는 굳이 배우가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내용은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를 토대로 했다. 마법 왕국인 루시스의 중요한 보물인 크리스털을 빼앗으려는 니플하임 제국에 맞서는 사람들 이야기다. 여기서 크리스털은 사..

레지던트 이블 벤데타(4K 블루레이)

츠지모토 다카노리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벤데타'(Resident Evil: Vendetta, 2017년)는 비디오 게임 '바이오 하자드'의 영화 시리즈 중 하나다. 상표권 때문에 일본에서는 '바이오 하자드', 그 외 지역에서는 '레지던트 이블'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전형적인 좀비물이다. 끝없이 몰려오는 좀비들을 무차별 격퇴하는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좀비물의 기본 플롯은 동일하다. 밑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파리떼를 때려잡듯 좀비를 때려잡으면 끝난다. 그만큼 비디오 게임용으로 딱 어울린다. 영화 시리즈도 계속 인물과 배경을 바꿔가며 변주하듯 내놓았지만 기본 플롯은 좀비물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유의 깊이는 뒤로 한채 파괴적인 본능과 폭력적인 충동에 의지한 영화다. 이번 작품은 실물 배우가 아닌..

레드슈즈(블루레이)

동화 비틀기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일이다. 홍성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Red Shoes, 2019년)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Seven Dwarfs)를 비틀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백설공주의 미모를 시샘한 마녀가 공주를 죽이려고 하자 왕자들이 이를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는 내용으로, 동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설정이 완전히 뒤바뀐다. 백설공주 비틀기 우선 공주는 타고난 절세미인이 아니다.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뚱뚱한 그는 마녀의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마법 구두, 즉 빨간 구두를 신고 미녀가 된다. 이는 마치 뚱뚱한 코러스걸에서 성형을 통해 미녀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 우리 영화 '미녀는 괴로워' 같다. 어찌 보면 공주의 미모는 마..

공각기동대(블루레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년)를 처음 봤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뇌(電腦), 인형사 등 단어부터 생소했고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의 정체도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로봇인지 사람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말을 보면 유령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모호한 존재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다분히 실존주의 철학의 냄새마저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었다. 너는 누구인가,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지다 이 작품이 등장한 1995년은 국내에 인터넷 조차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1994년 국내 최초의 민간 인터넷 업체인 아이네트가 등장해서 이메일 계정을 판매했지만 사람들은 무엇에 쓰는 것인지 몰랐다. 여전히 모뎀을 이용해 PC통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