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양자경 6

와호장룡(4K 블루레이)

호랑이는 발톱을 감춘 채 숲에 누웠고, 여의주를 품은 용은 구름 속에 몸을 숨겼다. 그렇게 누운 호랑이(臥虎)와 숨은 룡(藏龍)이 만나 벌인 싸움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이안 감독의 수작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2000년)은 참으로 아름다운 무술영화다. 원작은 왕두루의 동명 소설. 내용은 강호에 은거한 무술 고수와 속세에 잠복한 여걸의 싸움을 다룬 무협물이다. 그러나 단순 칼부림에 그치는 무협물이 아니라 남녀 간의 애닲은 사랑이 수놓인 드라마다. 특히 이안 감독 특유의 심미안이 액션에도 그대로 녹아나 주윤발과 장쯔이, 양자경이 허공을 가르며 벌이는 대결은 마치 한 편의 무용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여기에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인 탄둔의 음악이 물흐르듯 깔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블루레이)

존 추 감독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 2018년)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다. 케빈 콴의 3부작 소설 가운데 동명의 1부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싱가포르의 갑부 집안 아들이 평범한 중국계 미국인 집안 여성과 연애를 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언뜻 보면 우리네 막장 드라마와 비슷할 수 있는 내용인데,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서 그런지 이야기가 꽤나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작가가 주변 지인들과 겪은 실제 있었던 일들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갑부들의 노는 행태나 갑부 집안에서 겪는 가족과 친지들의 심리적 갈등과 부담, 시기와 질투, 갑부 집안을 둘러싼 경쟁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이 영화의 성공 포인트는 이 같은 아시아 갑부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블루레이)

2014년 처음 등장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을 통해 기발한 웃음과 재미를 줬다.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했으면서도 1970, 80년대 팝음악들이 흘러 나왔고 사람과 너구리, 괴상한 외계인과 거대한 나무가 서로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멤버들은 사사건건 부닥쳐 싸움 중에도 농담과 험담을 주고 받는다. 이런 역설적인 것들이 비빔밥처럼 뒤섞이며 SF 액션 코미디라는 괴상한 형태를 띠었다. 그런데 결과는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아주 성공적이었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년)는 이를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그리고 전편을 뛰어 넘어 재미와 볼거리를 더 확장시켰다...

미이라3 (블루레이)

롭 코헨 감독의 '미이라3 황제의 무덤'(The Mummy: Tomb of The Dragon Emperor, 2008년)은 제목에서 '미이라'를 빼는게 더 나았다. 굳이 '미이라'를 고집하는 바람에 전작에서 쌓아온 기대치가 그대로 이어져 실망도 컸다. 이 작품은 제목과 브랜든 프레이저, 존 한나를 제외하고는 전작에서 이어지는게 아무것도 없다. 장소도 미이라와 전혀 상관없는 중국이고, 심지어 주인공의 부인마저 엉뚱한 여배우로 바뀌었다. 특히 진시황을 미이라로 둔갑시킨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제작진은 나름대로 중국 문화를 존중했다고 주장하지만, 진시황을 악마처럼 묘사했으니 진시황에 대해 저주를 퍼부은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이라'를 고집한 것은 전작의 인기에 기대어 흥행을 노린 제작진의 상..

게이샤의 추억

몇 년 전 교토를 갔을 때였다. 현지 가이드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통적인 게이샤 집을 안내했다. 일행들은 커다란 다다미방에서 작은 상을 각각 앞에 놓고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후 아주 어려서부터 전수 교육을 받은 게이샤들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들어왔다. 중국 경극분장처럼 얼굴을 하얗게 화장한 게이샤들이 각각 상 앞에 마주 앉아서 저녁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민망하게도, 우리 앞에 나타난 게이샤들은 영화나 책에서 보고 읽은 아리따운 여성들이 아니었다. 거의 어머니뻘은 될 만한 아주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술을 따라주는게 미안해서 받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렇게 수발을 들던 게이샤들은 잠시 후 샤미센이라는 기타 비슷한 일본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