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엄태구 3

밀정(블루레이)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3년 발생한 황옥 경부 사건은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당시 경성을 떠들썩하게 만든 김상옥 의사 의거 직후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은 조선총독부 등 일제 시설을 폭파하는 거사를 준비한다. 의열단은 권총 5자루, 총알 155발,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작성한 '조선혁명선언문' 900여 장과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구한 폭탄 36개를 안둥과 신의주를 거쳐 경성으로 향하는 기차에 몰래 숨겨 갖고 들어오다가 사전에 정보가 누설돼 경성역에서 일본 경찰에게 모두 체포된다. 이때 의열단 행동대장 김시현과 함께 체포된 인물 가운데 놀랍게도 조선인으로 일본 경찰의 간부가 된 황옥 경부가 있다. 황옥 경부 미스터리 재판에서 황옥 경부는 "승진을 위해 의열단을 일망타진하려고 위장 협조했다"고 읍소했..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 '차이나타운'(2015년)은 아주 '쎈' 영화다. 사방팔방 피가 튀는 사채업자들의 장기매매를 다룬 잔인무도한 이야기는 이보다 더한 막장이 없다. 장기매매는 '아저씨'나 '공모자들' 등 익히 우리 영화에 흔하게 등장했던 소재이지만,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섬뜩하게 그렸다. 특히 그 중심에 여자들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범죄 영화에서 여자들은 주로 희생자 아니면 종범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마치 여왕벌처럼 악의 중심에 서 있다. 무엇보다 관록의 여왕벌과 떠오르는 여왕벌의 녹록찮은 대결을 그럴 듯 하게 묘사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얼굴 가득 주근깨 분장을 하고 짧게 자른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염색한 김혜수는 마치 '대부'의 말론 브란도처럼 이전 영화들과 또다..

영화 2015.05.02

잉투기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2013)는 참으로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제목인 잉투기는 현재진행형인 ing와 격투기가 결합된 단어로,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디씨인사이드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실제로 열렸던 네티즌들의 격투기 대회에서 따온 제목으로, 여기에는 잉여로 통하는 키보드 워리어들의 격투기 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즉, 보이지 않는 인터넷에서 치사하게 댓글로 싸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현실세계에서 운동으로 맞붙어보라는 의미다. 내용은 모 커뮤니티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댓글로 다투게 된 칡콩팥(엄태구)과 젖존슨이 실제로 만나 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만큼 영화는 요즘 세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특히 잉투기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현피와 먹방, 왕따 등 각종 사회현상과 문제들이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