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든버러 3

원데이(블루레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 '원데이'는 독특한 연애소설이다. 1988년부터 20년간 매년 7월15일에 벌어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성 스위딘 축일(Saint Swithin's Day)이라고 부르는 7월15일은 영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다. 사후에 수호 성인으로 축성된 윈체스터 대성당의 스위딘 주교를 기리는 이날 대성당 앞 그의 묘 위에 비가 내리면 40일간 비가 쏟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소설은 이날 두 남녀의 사랑과 운명이 엇갈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교 졸업식에 우연히 만난 동창생인 두 남녀는 하룻밤을 보낸 뒤 만남과 이별을 거듭한다. 어떨때는 애뜻함과 즐거움이 이어지고 어떨때는 무심함과 무관심으로 서로를 찾지 않는다. 그러면서 20년이 ..

T2 트레인스포팅2(블루레이)

"우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배신이 일어난다." 영화 속 이 대사가 'T2 트레인스포팅2'(T2: Trainspotting 2, 2017년)라는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20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전작의 악동들이 20년 뒤 다시 뭉친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배신 때문에 무위로 돌아가는 한탕을 다룬 펑크 소설, 펑크 뮤직 같은 이야기다. 세월은 흘러서 외모는 변하고 세상도 달라졌지만 작품 속 네 친구들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롭게 살아보려고 마약을 끊고 갱생을 모색하지만 핏줄 속에 꿈틀거리는 본연의 일탈과 반항의 악동 기질이 여전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변화와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조화다. 우선 변하지 않는 것은 인물들이다.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이 20년 전 전..

일루셔니스트 (블루레이)

어려서 마술사만큼 환상적인 존재는 없었다. 1970년대 흑백TV 시절 화려한 몸동작만으로 열광케 한 프로레슬러와 마술사는 꿈을 불어넣어주던 존재들이었다. 그것이 쇼였든 눈속임이었든 결코 비밀을 알 수 없는 사람들로서는 그들이 빚어내는 환상의 세계에 심취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실뱅 쇼메 감독의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The Illustionist, 2010년)는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든다. 내용은 1950년대 말 TV와 록음악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나이 든 마술사가 시골에서 만난 소녀에게 꿈을 심어주고 떠나는 이야기다.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이 음악과 몸동작 만으로 진행된다. 모든 것을 함축한 그들의 몸짓과 음악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작품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