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연극 4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블루레이)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1958년)는 제대로 된 미국 정극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요란한 액션이나 볼거리가 아닌 배우들의 대사와 섬세한 연기로 인물들 간의 갈등과 심리 묘사를 세밀하게 드러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은 원작 자체가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의 탄탄한 희곡이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이 작품으로도 퓰리처상을 받았다. 연극은 1955년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연출로 뉴욕에서 초연됐다. 이후 3년 뒤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영화로 다시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성공은 캐스팅 덕분이었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성들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신인이었..

다이얼 M을 돌려라 (블루레이)

서스펜스극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950년대 초반 한창 불던 입체영화 바람을 타고 입체영화를 한 편 기획한다. 그 작품이 바로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 1954년)이다. 그러면서도 히치콕 감독은 입체영화 붐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를 찍는 도중 입체영화 열기가 사그러들었다. 그래서 특수 카메라를 동원해 입체영화로 찍었지만 개봉은 주요 도시 몇 군데서만 입체영화로 하고 나머지들은 일반영화로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2D와 3D를 모두 볼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의 기본 틀은 추리극이다. 아내의 유산을 노린 남편의 교묘한 살인극이 뜻하지 않은 일과 형사의 집요한 추리로 가면을 벗는 내용. 한 편의 잘 꾸민 추리극이긴 하지만 제..

로프

영국 희곡작가 패트릭 해밀턴의 원작을 각색한 '로프'(Rope, 1948년)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공동설립한 영화사 트랜스애틀란틱의 첫 작품이자, 히치콕의 첫 번째 컬러영화다. 히치콕은 해밀턴의 희곡에 유명한 실화인 레오폴드와 로엡 사건을 섞었다. 1924년 미국 시카고대 학생이며 동생애 연인이었던 네이던 레오폴드와 리차드 로엡은 니체의 초인론에 빠져 우수한 두뇌를 입증하려고 이유없이 친구를 살해했다. 결국 꼬리가 밟혀 둘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히치콕은 이야기 뿐 아니라 구성도 연극을 그대로 따랐다. 즉, 영화는 마치 연극처럼 컷 없이 처음부터 한 씬으로 쭉 이어진다. 엄밀히 말하면 배우의 등을 크게 클로즈업으로 잡는 식의 트릭을 써서 컷을 넘겼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찌나 자연스럽던 지 눈여겨 보지 ..

시카고 (블루레이)

'All That Jazz'라는 노래로 유명한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시카고'(Chicago, 2002년)는 매력적인 영화다. 살인을 저지르고 감독에 갇힌 여죄수들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내용. 재미있는 것은 하나같이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기와 거짓말, 권모술수로 일관한다는 것. 얼마나 배심원을 잘 속이고 언론을 이용해 눈물샘을 자극해 무죄를 받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통해 미국 배심원제도의 문제점, 선정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드는 옐로 저널리즘, 돈만 밝히며 재판을 부추기는 변호사 등 미국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만큼 법을 속이는 악녀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이를 풀어낸 노래와 춤도 흥겹다. 아무래도 뮤지컬의 승부수는 노래와 춤에서 갈리는 법인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성공했다. 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