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요요마 2

와호장룡(4K 블루레이)

호랑이는 발톱을 감춘 채 숲에 누웠고, 여의주를 품은 용은 구름 속에 몸을 숨겼다. 그렇게 누운 호랑이(臥虎)와 숨은 룡(藏龍)이 만나 벌인 싸움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이안 감독의 수작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2000년)은 참으로 아름다운 무술영화다. 원작은 왕두루의 동명 소설. 내용은 강호에 은거한 무술 고수와 속세에 잠복한 여걸의 싸움을 다룬 무협물이다. 그러나 단순 칼부림에 그치는 무협물이 아니라 남녀 간의 애닲은 사랑이 수놓인 드라마다. 특히 이안 감독 특유의 심미안이 액션에도 그대로 녹아나 주윤발과 장쯔이, 양자경이 허공을 가르며 벌이는 대결은 마치 한 편의 무용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여기에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인 탄둔의 음악이 물흐르듯 깔리..

게이샤의 추억

몇 년 전 교토를 갔을 때였다. 현지 가이드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통적인 게이샤 집을 안내했다. 일행들은 커다란 다다미방에서 작은 상을 각각 앞에 놓고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후 아주 어려서부터 전수 교육을 받은 게이샤들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들어왔다. 중국 경극분장처럼 얼굴을 하얗게 화장한 게이샤들이 각각 상 앞에 마주 앉아서 저녁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민망하게도, 우리 앞에 나타난 게이샤들은 영화나 책에서 보고 읽은 아리따운 여성들이 아니었다. 거의 어머니뻘은 될 만한 아주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술을 따라주는게 미안해서 받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렇게 수발을 들던 게이샤들은 잠시 후 샤미센이라는 기타 비슷한 일본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