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윌리엄 와일러 3

로마의 휴일(블루레이)

1955년 국내 개봉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년)은 이탈리아(Italy)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로마(Rome)라는 놀라운 도시를 알렸다. 언감생심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을 꿈도 못 꾸던 시절에 사람들은 그렇게 스크린으로 로마를 구경했다. 이런 사정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권을 발급받아 해외로 갈 수 있었던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른 뒤 자신감을 얻은 전두환 정권에서 19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자유화를 시행한 이후였다. 로마를 제대로 알린 첫 사랑 같은 영화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보다 먼저 만난 로마를 30년이 넘게 스크린으로만 구경했다. 이후 로..

멤피스벨 (블루레이)

멤피스벨은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실존했던 미군의 B17 폭격기 중 하나였다. 이들은 서유럽 전선에서 총 25회의 출격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원이 미국으로 돌아가 유명해졌다. 마이클 카튼존스 감독의 영화 '멤피스벨'(Memphis Belle, 1990년)은 바로 이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내용은 멤피스벨의 마지막 임무였던 1943년 5월17일의 25번째 폭격임무 과정을 다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마치 전장에 와있는 듯한 실감나는 영상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미국, 프랑스, 영국에 남아있던 실제 B17 5대를 동원해 촬영했다. 여기에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찍은 다큐멘터리 '더 멤피스벨: 하늘의 요새'를 참조해 폭격에 나선 B17과 독일 전투기들이 벌이는 공중전, 폭격 장면, 독일군의 대..

벤허 (블루레이)

국민학생이던 1970년대 중반 어머니 손을 잡고 동네 동시상영관에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자그마치 3시간이 넘는 그 영화는 무척이나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Ben-Hur, 1959년)였다. 제작된 지 10여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동네를 떠돌며 상영되고 있었다. 나중에 이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보고 나서, 영화 감상도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민학생은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는 걸맞지 않는 영화였다. 예나 지금이나 극장을 찾는 이유는 집에 있는 TV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화면과 웅장한 음향이 주는 즐거움에 있다. 벤허가 제작된 195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1950년대 TV가 널리 보급되면서 위기를 맞게된 미국 영화사들은 타개책으로 TV가 줄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