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대인 10

시리어스 맨(블루레이)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소재가 독특하다. '파고'나 '밀러스 크로싱' '아리조나 유괴사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작품들을 보면 세상에 흔치 않을 법한 사건들을 이리 저리 비틀어 웃음과 볼거리를 준다. 소재가 아주 튀지 않는 '위대한 레보스키'나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 등의 소소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통해 또다른 비틀기를 시도한다. 어찌보면 그들이 들이대는 현미경같은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은 평소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찾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리어스 맨'(A Serious Man, 2009년)도 마찬가지다. 어느 유대인 가족의 흔치 않은 일상사를 통해 유대인 사회를 재미있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블루레이)

영국의 마크 허먼 감독이 만든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년)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다. 내용은 제 2 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세운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둘러 싸고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독일군 수용소장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다룬 '홀로코스트'나 '쉰들러리스트' '피아니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영화들은 유대인 관점이나 유대인을 돕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다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가해자인 나치 독일군의 아들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다. 가해자이지만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느끼는 엄청난 충격과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담담하게 그렸는데, ..

우먼 인 골드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메시지까지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2015년)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해 낸 영화다. 무엇보다 영화는 실화만이 갖고 있는 진실의 울림이 크다. 영화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추리소설처럼 따라갔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나치는 유대인 가문이 소유했던 이 그림을 강제로 빼앗았다. 종전 후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 그림을 돌려받아 벨베데레 박물관에 전시해 국보처럼 관리한다. 이후 전시재산 환수법이 통과되면서 옛 주인을 찾아주는 작업을 펼치는데, 이를 알게 된 원주인인 유대 가문의 노부인이 그림을 되찾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정부가 호락호락 내줄리는 만..

영화 2015.07.24

피아니스트 (블루레이)

진실의 힘은 위대하다. 그렇기에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커다란 울림을 준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년)는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문턱을 수 없이 넘긴 유명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인 1939년 폴란드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스필만은 조국을 점령한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 거주제한구역인 바르샤바 게토에 갇힌다. 그곳에서 가족들은 죽음의 트레블링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최후를 맞고, 친구의 도움으로 도망친 그는 거지처럼 숨어 지내며 목숨을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필만은 하필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지만 음악을 좋아했던 장교는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를 도와준다. 종전 ..

인생은 아름다워 (블루레이)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1997년)는 말이 필요없는 감동적인 걸작이다. 베니니가 각본을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한 이 작품은 코미디 속에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의 비극을 절묘하게 녹여냈다. 그러나 결코 그 과정이 과장되거나 경망스럽지 않다. 오히려 아픔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짓는 웃음처럼 희극 뒤에 배어나는 페이소스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 가장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을 담았다. 아버지는 철부지 아들에게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품을 타기 위한 놀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소리지르는 독일군은 점수 따는 것을 방해하는 훼방꾼이며, 그들에게 들켜서 상품도 못탄 채 집에 가지 않으려면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