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대근 4

우묵배미의 사랑(블루레이)

장선우 감독은 '나쁜 영화' '거짓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 논란이 됐던 영화 때문에 선정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오해받기 쉬운데 사실 그는 사회성 짙은 사실주의 영화를 잘 만들었다.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우묵배미의 사랑'(1990년)이다. 박영한의 연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서울 변두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봉제기술이 전부인 일도(박중훈)는 봉제공장에서 만난 유부녀 공례(최명길)와 사랑에 빠진다. 일도는 자식까지 낳은 사실혼 관계인 아내(유혜리)가 성정이 거칠어 나긋나긋한 공례에게 정을 붙였고, 공례 역시 폭력적인 남편(이대근)에게 맞고 살아 그렇지 않은 일도에게 의지한다.그렇기에 두 사람은 각각 아내와 남편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밀회를 이어간다. 영화가 놀라운 ..

최후의 증인(블루레이)

국내 추리소설계의 대부로 통하는 작가 김성종은 교도소에서 최고 인기 작가다. 문학성이 뛰어나거나 추리기법이 기발해서가 아니라 아주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속작가에 가까운 그가 쓴 장편소설 '일곱개의 장미송이' '나는 살고 싶다' '백색인간' 등을 보면 성적인 묘사가 아주 세세하고 폭력적이다. '여명의 눈동자'도 마찬가지인데,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송지나가 각색을 잘 한 덕이다. 그나마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는 작품이 바로 '최후의 증인'이다. 1974년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 얽힌 사람들의 비극과 복수를 다뤘다. 이를 33년 전에 영화로 만든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년)은 저주받은 걸작이다. 이 감독 특유의 박력있는 연출과 ..

'애마부인' '뽕' '어우동'은 1980년대 에로물의 대명사였다. 지금과 달리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야한 영상을 제대로 못 본 청춘들이 숱하게 이 작품들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면서 야한 영화로 소문이 났다. 그렇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몇몇 작품은 그런 평가가 꽤 억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두용 감독의 '뽕'(1986년)이다. 1925년 나도향이 발표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름에 미쳐 전국을 떠도는 남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여자가 살기 위해 뭇남성들과 몸을 섞는 얘기다. 내용만 보면 무조건 야한 영화 같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제대로 못먹고 못입고 살던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스며있다. 원작은 더 이상 떨어질 때 없는 빈한한 서민들의 삶을 가정파탄적..

무림여대생

과거의 달리 우리 영화의 흥행이 예전만 못하다. 관객의 외면을 받는 질 낮은 영화들이 한국 영화의 수준을 떨어뜨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곽재용 감독의 '무림여대생'(2008년)이 대표적인 경우다. 곽 감독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 재미있는 작품을 곧잘 만들기도 했지만, '무림여대생'처럼 엉망인 작품도 꽤 된다. 곽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들고나온 로맨틱무협코미디라는 변종 장르는 무술을 기본으로 하는 무협물이면서 청춘 남녀의 사랑과 웃음이 고명처럼 얹혔다는 뜻.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 맛을 내지 못하고 뒤죽박죽 돼버렸으니 차라리 섞지 않으니만 못하다. 와이어 액션에 의존한 무술 연기는 '매트릭스2'와 '스파이더맨3'의 무슬 감독을 맡은 디온 람이 지도했다는데, 배우들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