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두용 2

최후의 증인(블루레이)

국내 추리소설계의 대부로 통하는 작가 김성종은 교도소에서 최고 인기 작가다. 문학성이 뛰어나거나 추리기법이 기발해서가 아니라 아주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속작가에 가까운 그가 쓴 장편소설 '일곱개의 장미송이' '나는 살고 싶다' '백색인간' 등을 보면 성적인 묘사가 아주 세세하고 폭력적이다. '여명의 눈동자'도 마찬가지인데,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송지나가 각색을 잘 한 덕이다. 그나마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는 작품이 바로 '최후의 증인'이다. 1974년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 얽힌 사람들의 비극과 복수를 다뤘다. 이를 33년 전에 영화로 만든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년)은 저주받은 걸작이다. 이 감독 특유의 박력있는 연출과 ..

'애마부인' '뽕' '어우동'은 1980년대 에로물의 대명사였다. 지금과 달리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야한 영상을 제대로 못 본 청춘들이 숱하게 이 작품들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면서 야한 영화로 소문이 났다. 그렇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몇몇 작품은 그런 평가가 꽤 억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두용 감독의 '뽕'(1986년)이다. 1925년 나도향이 발표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름에 미쳐 전국을 떠도는 남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여자가 살기 위해 뭇남성들과 몸을 섞는 얘기다. 내용만 보면 무조건 야한 영화 같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제대로 못먹고 못입고 살던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스며있다. 원작은 더 이상 떨어질 때 없는 빈한한 서민들의 삶을 가정파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