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스탄불 6

아르고(4K)

때로는 현실이 더 거짓말 같을 때가 있다. 배우 벤 애플렉(Ben Affleck)이 주연하고 감독까지 맡은 영화 '아르고'(Argo, 2012년)는 거짓말 같은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오랜 세월 철권통치를 일삼던 무하마드 리다 팔레비 국왕이 쿠데타로 쫓겨난 뒤 이란은 혁명세력이 장악한다. 호메이니로 대표되는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세력은 미국을 등에 업고 폭정을 일삼은 팔레비 때문에 미국에 적대적이다. 그 바람에 테헤란에 있던 미국 대사관은 혁명 세력의 공격을 받고 직원 60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 중 6명만 겨우 몸을 빼내 캐나다 대사관저로 피신한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미국 정부는 극비리에 이들을 구할 방법을 세운다. 그래서 CIA의 인질구출 전문가 안토니오 멘데스가 고안한 방법이 장소 헌팅을 온 할리..

007 스카이폴 (4K 블루레이)

"취미가 뭔가?" "부활이지." 악당과 007이 영화 속에서 나누는 이 대사가 이번 작품의 테마다. 샘 멘데스 감독이 007 영화 탄생 50주년을 맞아 23번째 시리즈물로 내놓은 '007 스카이폴'(Skyfall, 2012년)은 악당이 파괴한 첩보조직과 제임스 본드의 부활을 다루고 있다. 부활은 소멸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임스 본드를 빼고는 모든 캐릭터가 새로 태어났다.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듯 007만 빼고 더 젊어지고 강건해 졌다. 오랜 세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여성 머니페니는 총질을 마다 않는 검은 피부의 섹시한 젊은 여인으로 거듭났고, 데스몬드 르웰린이 타계할 때까지 연기한 늙은 과학자 Q는 컴퓨터를 귀신같이 다루는 젊은이가 됐다. 압권은 007이..

인터내셔널 (블루레이)

톰 티크베어 감독의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2009년)은 잘 만든 스릴러다.이 작품은 테러리스트나 반정부단체 등에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거나 돈세탁, 불법 자금을 대출해 주고 돈을 버는 다국적 은행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은행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놀랍게도 실화다.실제 내용을 약간씩 바꾸고 액션을 가미했지만 기본 소재는 1991년 발생한 국제신용상업은행(BCCI)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파키스탄의 금융가 아베디가 세운 BCCI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금융거래를 했다.이들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 외에 독재자들에게 자금 세탁을 해주거나 반정부단체, 테러리스트들의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고 돈을 벌었다. 북한이 시리아에 판매한 스커드 미사일,..

인페르노(블루레이)

론 하워드 감독의 '인페르노'(Inferno, 2016년)는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 이어 로버트 랭던 교수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원작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댄 브라운이 쓴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내용은 인구과잉이 인류에게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일단의 사람들이 벌이는 음모를 다뤘다. 자연스러운 인구 감소가 어려울 것으로 본 문제의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인구를 줄이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이를 알게 된 로버트 랭던 교수가 여기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랭던 시리즈의 특징은 고대 문화나 역사 이야기를 수수께끼에 접목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적 즐거움을 주는 데 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댄 브라운이 이를 위해 선택한 열쇠는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

테이큰 2 (블루레이)

뤽 베송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테이큰' 시리즈의 기본 테마는 복수극이다. 인신매매단에게 딸을 납치당한 아버지가 딸을 되찾고 악당들을 혼내주는 이야기가 전편이라면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이 연출한 '테이큰2'(Taken 2, 2012년)는 주인공의 손에 죽은 악당들의 아버지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악당들은 다시 주인공과 그의 가족을 납치하려 하고, 주인공은 죽을 고생을 하며 이들을 혼내준다. 워낙 전작에서 우직한 전사 역할을 맡은 리암 니슨의 활약이 통쾌했기에 속편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컸다. 하지만 전편에 비하면 액션이 실망스럽다. 극중 주인공의 놀라운 능력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느낌이다. 전편에서 보여준 리암 니슨의 가공한 파괴력은 딸을 납치당한 아버지의 분노와 함께 폭발해 영화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