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승연 2

멋진 하루 (블루레이)

돈이란 사람을 비루하게 만든다. 특히 채무로 얽힌 인간 관계는 참 피곤하다. 여기에 채무 관계가 헤어진 연인사이라면, 생각하기 싫을 만큼 답답하고 한심스러워 진다.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2008년)는 제목과 달리 바로 그 불편한 인간 관계에 카메라를 들이 댔다. 옛 남자(하정우)가 꿔간 돈 350만 원을 받기 위해 나타난 여자(전도연)는 남자와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며 채권 수금에 나선다. 수중에 돈이 없는 남자는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몇 십만 원씩 다시 꿔서 여자의 돈을 갚는다. 그 과정이 지난하고 신산스럽다. 그러면서도 남자가 한심스럽고 얄밉지만 밉지 않다.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남자의 모습 속에 따스한 진정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자를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했던 마음은, 극..

빈 집

'빈 집'(2004년)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치고 퍽이나 얌전하다. 우선 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잔혹하거나 가학적 장면도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섬'이나 '나쁜 남자'처럼 김기덕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도 예전 작품들처럼 범상치 않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태석(재희)은 빈 집만 골라다니며 마치 자기 집처럼 숙식을 하고 빨래까지 해주는 특이한 인물이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는 여자 선화(이승연)도 그를 따라다니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로 흔치 않은 캐릭터다. 이처럼 독특한 인물이 만나서 한 집에 유령처럼 동거를 하는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을 다루면서도 결코 현실 같지 않은 기이한 느낌을 주는 점이 김기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