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일라이저 우드 5

반지의 제왕1 반지원정대(4K 블루레이)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년)를 처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 전이다. 그당시 국내에서는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이 영화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신화가 죽고 낭만이 죽고 더불어 사람들의 꿈이 죽은 시대를 살아가던 노교수 톨킨은 주저없이 교수자리를 박차고 나와 신화를 되살리는 작업을 했다. 신화가 살아야 사람들이 꿈과 용기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려 15년 동안 쓴 반지의 제왕은 완벽한 하나의 역사다. 비록 가공이지만 언어도 있고, 역사도 있고, 문화가 있어서 장대한 고대의 서..

해피 피트2 (블루레이)

탭댄스 추는 펭귄이 돌아 왔다. 조지 밀러 감독의 '해피 피트2'(Happy Feet 2, 2011년)는 음치지만 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췄던 황제펭귄 멈블이 아빠가 돼서 따뜻한 부성애를 발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아빠 만큼 춤을 추지 못하는 몸치다. 대신 천상의 목소리라 할 만큼 노래를 잘 부른다. 춤 잘 추는 아버지에 노래 잘하는 아들, 이쯤되면 그림이 나온다. 전편처럼 여전히 화려한 댄스와 노래가 가미된 펭귄들의 뮤지컬이다. 여기에 바다코끼리, 새우, 고래 등 다채로운 짐승들과 인간까지 실제로 출연해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전편의 히트 요소를 이어 가면서 새로운 볼거리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전편만큼 새롭지는 않지만 제작진의 전략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익히 ..

사랑해 파리

20명의 영화감독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유는 한가지, 사랑의 도시 파리를 찬미하기 위해서다. 면면들도 쟁쟁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파고'의 코엔 형제, '화양연화'를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등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구 가운데 한 곳을 골라서 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2006년)다. 개성강한 감독들이 모이다 보니 각 편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흡혈귀의 사랑부터 중년..

해피 피트 (SE)

조지 밀러 감독의 '해피 피트'(Happy Feet, 2006년)는 뮤지컬 특성이 가미된 애니메이션이다. 특이하게도 주인공은 펭귄. 황제펭귄인 주인공 멈블은 동료들처럼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대신 탭댄스를 출 수 있는 신기한 재주를 갖고 태어난다. 그래서 이름도 행복한 발, 즉 해피 피트다. 고향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는 멈블은 독특한 탭댄스 장단으로 친구도 살리고 생선이 줄어들어 굶주리는 펭귄 무리들을 구하는데 일조한다. 어린이 동화같은 단순한 이야기지만 1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답게 그래픽이 뛰어나다. 어린 펭귄의 솜털 하나하나까지 재현한 그래픽은 놀랄만큼 섬세하다. 볼거리 못지 않게 다양한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한다. 비틀즈의 'Golden Slumbers'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퀸의..

씬시티

강렬하다.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씬시티'(Sin City, 2005년)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강렬함'이다. 피가 난무하는 액션과 흑백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영상, 만화 속에서 갓 걸어 나온 듯한 극단적 성격의 캐릭터 등 모든 게 눈을 찌르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데어데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 등을 그린 만화가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매춘과 납치 등 범죄로 가득 찬 도시에서 악당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위협받는 여인들을 대신해 복수의 총을 빼든 정의의 사나이들을 그리고 있다. 영웅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악당 못지않게 잔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밀러의 어둡고 광기 어린 작품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